입력2006.04.01 21:54
수정2006.04.01 21:55
'멀리 산사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대장간에서 달궈진 낫을 물에 담금질하는 소리''맹꽁이 울음소리''초등학교 담장 너머 들려오는 풍금소리'…
어릴적 친근하게 들려왔지만 이제는 고층건물들과 자동차 소음 속에 묻혀버린 추억의 소리를 안방TV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KBS 1TV의 '환경스페셜'(수요일,오후 10시)은 20일 특집으로 '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사계(四季)'를 방영한다.
지난 99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백선'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리 1백24개를 담았다.
제작비 9천여만원에 제작기간이 1년3개월 걸린 이 프로그램은 '프롤로그''겨울,또 하나의 활력''봄,깨어남''여름,땅 그리고 에너지''가을,수고한 자의 풍요''겨울,쉼 그리고 여백''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된다.
각 계절에는 자연과 생명의 소리,고향의 소리,삶의 현장 소리 등이 담겨져 있다.
시청자들이 이런 소리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내레이션도 사용하지 않았다.
장해랑 PD는 "어른들은 어릴적 향수에 잠기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자연의 신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이 고향을 떠올릴 만한 소리로는 '길쌈소리''갯벌 아낙들의 꼬막 잡는 소리''연평도 풍어제 소리''시골 분교의 학교종 소리''상여소리''설피 신고 눈 밟는 소리' 등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소리로는 '강얼음 깨지는 소리''오징어 물뿜는 소리''왕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소리''동자개 우는 소리''말매미·쓰름매미·털매미 울음소리' 등이 있다.
장 PD는 "'디지털로…'에 담겨진 소리중 가공하거나 만들어낸 것은 하나도 없으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 모두 녹음했다"며 "이번에 녹음한 소리중 절반 이상이 몇년 지나면 다시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런 소리를 나중에도 활용하기 위해 촬영했던 모든 내용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33분) 2백50개를 보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시작되는 디지털TV방송에 대비해 화면과 소리를 모두 디지털로 제작했다.
음향의 경우 4개의 디지털마이크를 이용했으며 화면은 영화 화면과 같은 비율(16:9)이다.
하지만 실제 TV방영에선 아날로그 방송의 음향송출 방식인 스테레오 방식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의 입체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