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동계는 몇가지 큰 변화를 겪었다. 우선 노사 역학관계가 종래 노동자 우위에서 사용자 우위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인상보다 고용유지가 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고 노동자들간 연대감은 느슨해졌다. 구조조정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아졌으며 같은 직장내에서도 직종에 따라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이런 정황이 고착화되는데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노동자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른바 '고통전담론'에 대한 팽배한 불만도 민주노총 지도부를 움직이게 만든 요소로 지적될 수 있다. 또 비정규직 보호나 주5일제 근무 등 제반 노동관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기가 안좋은데도 굳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국면 전환'의 의미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내부의 매파(강경파 및 중앙파)와 비둘기파(국민파)간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매파는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와 투쟁방법 등을 놓고 비둘기파와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 왔다. 이들은 노사정위원회를 부정하고 있으며 특히 강경투쟁을 통해서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비둘기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에 노력해야 하며 과격한 투쟁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계파간의 충돌은 지난 1월의 제3대 위원장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1차선거에서는 국민파가 이겼으나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재선거를 실시한 결과 중앙파와 강경파 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지지기반이 취약한 현 지도부가 입지 강화를 위해 전개한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측의 '참담한 실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을 앞두고 총파업에 부담을 느껴 이보다 격이 낮은 연대파업으로 바꾸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양 항공사와 대형병원 노조 등을 내세웠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파업 참여율과 열기가 낮을지도 모른다는 당초의 우려를 현실로 확인해야 하는 쓰라림만 맛보았다. 향후 민주노총의 운신의 폭이 크게 위축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심을 정확히 읽고 행동노선 등을 그에 따라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민주노총의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테두리내에서 노동운동의 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파업이 발생하는 토양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