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분규의 극적인 타결로 민주노총의 이번 연대파업은 일단락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은 완전히 끝난게 아니다. 향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 있어 노사간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때마다 파업이라는 홍역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불법파업은 그 자체로도 용납될 수 없는데다 대내적으로는 국민불편을,대외적으로는 신인도 하락 등 막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한다. 툭하면 파업으로 치닫는 오늘날의 노동운동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고 안정적 노사관계를 정립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요구되는지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지난달 말 불법 파업중인 울산의 한 공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는 회사측 앞잡이들을 모조리 박살내자"라는 노조측 간부의 구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관리직 사원들이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일부 노조원은 관리직 사원들의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벗겨 아스팔트 위에서 포복을 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환자 후송을 위해 대기중이던 엠블런스까지 쇠파이프로 내리쳤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노동현장에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채 과격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한국 노동운동의 특징 또는 문제점에 대해 크게 목소리 큰 사람의 노조 장악 불법행동에 대한 반복되는 면책 공공부문의 잦은 파업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IMF위기 이후 노조 조직력이 약화된 것이 강경 노조를 낳는 시발점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목소리 큰 위원장"이 노조의 행동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노조를 과격노선으로 이끄는 이들 강경주의자들은 상황이 의도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안전판"을 사용하고 실제로 조합원들에게는 이것이 이해되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 노사간 협상에서 가장 마지막에는 "파업주동자에 대한 징계완화,사법처리 수위 조절,민형사상 책임 면제"등이 논의되고 이것이 수용되곤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따라서 어차피 책임지지 않을 일이므로 과격과 불법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게 노동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공공부문의 잦은 파업 역시 문제다. 이부문의 경우 특히 사용자측이 "소유에 대한 인식"이 약해 어지간하면 노조의 주장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공공부문 노조에서 협상이 타결됐다가 "이면합의"파문이 일곤 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가 회사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리적인 설득을 통한 대화가 효과적"이라며 "이제라도 노조는 실익도 챙기고 일반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성원 기자 animus@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