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납세자들은 다음달부터 2~3개월간 빠짐없이 발신인이 정부인 편지봉투를 하나씩 받게 된다. 내용물은 약 3백달러에서 6백달러(우리돈 약 40만~80만원)짜리 수표. 사용용도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공돈'이다. 자고 일어나면 놓여있는 산타클로스 선물 같은 게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지난 7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최종 확정된 감세조치가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꺼낸 가장 강력한 카드중 하나인 '직접적인 세금환불'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매우 크다. 올 여름 환불될 금액인 4백50억달러(약 60조원)는 꺼져가는 경기불씨를 살릴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돈이 시장에 풀리면 올해 3분기와 4분기의 GDP(국내총생산)가 각각 0.5%포인트씩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분기의 GDP 증가율이 1.3%임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위력인지를 알 수 있다. 업계에선 그래서 요즘 '7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유행어가 돌아다닌다. 연중 최고의 소비철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세금이 환불되는 7월에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미국뿐 아니라 경제가 어려운 다른 나라 업계에도 모두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현실로 이어질지 낙관하긴 아직 이르다. 정치적 논리가 강조된 이번 감세안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탓이다. 실제 소득상위 1%의 계층이 총 감세액의 37%를 가져가고 하위 60%에 돌아가는 몫은 전체의 15%에 불과할 뿐이다. 보통 고소득자들의 소비는 세금과는 별 상관이 없다. 올해와 비슷한 규모 및 형태의 세금환불이 있었던 지난 75년에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진 환불금액은 약 30%에 머물렀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학자들조차 "이번 세금환불은 경기부양효과가 하나도 없는 완전한 돈의 낭비"라고 지적하고 나설 정도다. 감세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지만 정치논리에서 시작된 정책이 자칫 장기적으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