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가을,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중견간부 10여명이 잭 웰치(65) 회장실에 들어갔다. "1,2등 경영철학을 재고해 주십시오.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회장이 1,2등 사업만 강조하니 유망하지만 1등이나 2등 할 가능성은 없는 사업을 아예 시도도 해보지 않는 분위기가 사내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진언이었다. 웰치 회장은 이 진언을 바로 접수했다. 더 이상 이 철학을 고수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사내 직원들에게만 통보했다. 웰치 회장이 최근 USA투데이신문에 털어놓은 비화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1,2등주의'를 이미 6년 전에 포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외부에는 비밀로 했다. 경영 전략상의 이유에서였다. 그러다가 지난 2월에야 세상에 알렸다. 주주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이메일)에서 "1,2등에만 집착하다 보니 다른 좋은 사업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이 철학의 포기 사실을 공개했다. 올 연말 퇴임하는 그는 매년초 주주들에게 경영상황과 방침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 1등이거나,경쟁력 있는 2등이 아닌 사업은 포기한다는 1,2등 주의는 지난 20년간 수많은 기업들의 경영모델이 됐다. 정작 창시자인 웰치 회장은 6년 전에 포기한 철학을 '웰치학파'는 금과옥조로 여겼다. 1990년대 후반 세계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바람도 최고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웰치의 1,2등 철학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GE 회장이 된 1981년 드러커를 찾아갔다. "오늘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떤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 드러커가 웰치 회장에게 던진 화두였다. 웰치는 몇날 며칠을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1등이나 경쟁력 있는 2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손을 대기로. 올들어 경기 둔화로 거의 모든 미국 기업들이 순익 감소를 겪고 있다. 그러나 GE의 지난 1분기 순익은 16%나 늘었다. 일찌감치 1,2등주의의 폐해를 인정,이 철학을 버린 것도 순익 신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GE에는 현재 시장점유율은 3등도 안되지만 수익을 많이 내는 사업들이 여러 개 있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