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작년보다 세금을 사실상 더 많이 걷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03년까지 재정을 흑자로 만들겠다는 정부 입장에서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감세 등 조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5일 올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36조2천3백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6조3천9백42억원)보다 0.4%(1천5백67억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자산재평가세가 폐지된데다 교육세중 지방세분이 지방교육세로 전환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작년보다 2천5백억원 가량 더 걷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도 좋았던데다 자산매각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특별이익이 많아 세수가 이례적으로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 세수실적은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4월까지 세수진도 역시 37.8%를 기록, 최근 5년 평균치 35.1%를 웃돌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들어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데다 작년 12월31일이 공휴일이었던 관계로 상당 금액의 세수가 올해로 이월됐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징세활동을 강화했기 때문에 세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가 11조5백3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천1백34억원이나 더 걷혔다.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세수액도 4조3천9백35억원과 1조3천7백43억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9천9백27억원과 1천4백93억원 증가했다. 관세도 환율 상승에 힘입어 작년보다 1천2백66억원 더 걷힌 1조9천8백1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법인세 세수는 5조9천5백38억원으로 작년(6조9천1백55억원)에 비해 9천6백17억원이나 감소했다. 증권거래세도 작년 1조2천6백53억원에서 6천7백7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밖에 농어촌특별세(7천9백87억원→5천1백59억원) 소득세(5조1천1백43억원→5조1천16억원)도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목표치를 작년(92조9천3백47억원)보다 3.2% 늘어난 95조8천9백91억원으로 잡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