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5월31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성빌딩 4층. 최태원 SK(주)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주)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찬진 (주)드림위즈 사장, 장영승 (주)나눔기술 사장의 얼굴도 금새 확인할 수 있다. 그들 사이로 김홍선 (주)시큐어소프트 사장, 서지현 (주)버추얼텍 사장의 얼굴이 엿보인다. 무슨 일일까. 면면으로 보자면 내로라하는 대기업 2세 경영자에 벤처기업 경영자들인데...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이들 대기업 2세 경영자 11명과 벤처기업 경영자 10명이 설립한 주식회사. 우선 6월말까지 70억~1백억원의 벤처펀드를 모집해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모인 자금은 창투사에 맡겨 벤처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대상 기업은 아직 선정하지 못했다. 현재 수익성 있고 성장성 높은 다수의 벤처기업을 물색중이다. 지난 4월말엔 중국 상하이에서 회합을 가졌다. 최 회장, 정 회장, 조동만 한솔그룹 부회장, 김준 (주)경방 전무, 이종훈 (주)대유 사장, 변대규 (주)휴맥스 사장 등 23명이 참석해 중국시장 공동진출을 합의했다. 중국시장의 성장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출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태스크포스까지 구축해 놓았다. 이같은 투자활동과 수익모델 제시는 브이소사이어티가 단순히 "잘 나가는 이들"의 사교모임이 아니라는 증거.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접점을 찾아내고 비즈니스로 구체화하려는 견인차로 자임하고 나선 회사다. 동시에 브이소사이어티는 대기업과 대기업, 대기업과 벤처기업, 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랑방(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매주 목요일 포럼을 갖고 IT(정보기술) 인터넷 산업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전경련이나 경영자총협회 벤처협회 등과는 색깔이 완연히 다르다.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사간, 회원사와 비회원사간의 직.간접적인 협력및 신규사업 관계는 더욱 구체적이다. SK SK텔레콤과 이니시스는 지난 4월15일 전자결제 서비스업체인 KMPS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48억원으로 지분은 이니시스가 50.0%, SK 27.1%, SK텔레콤은 18.8%, 기타 4.1%다. 막강한 서비스 인프라를 보유한 대기업과 전자결제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이 손을 잡은 사례다. KMPS는 지난 5월부터 8백개의 SK 직영주유소를 대상으로 단말기를 설치하고 서비스에 돌입했다. 나머지 3천여개 SK 소속 자영점들도 올 연말까지 합류할 예정이다. 컴퓨터 보안 및 바이러스퇴치 업체로 잘 알려진 안철수연구소. 역시 브이소사이어티의 주주겸 회원사다. SKC&C가 최대주주로 보안컨설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인포섹과 협력키로 했다. 앞으로 공동 브랜드상품 개발, 솔루션 유통을 위한 기술인력 교류,공동 마케팅 등에 나설 예정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인포섹 신주 87만주(지분율 20%)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13억원을 투자했다. 브이소사이어티를 매개로 추진되거나 구상중인 사례는 더 있다. 브이소사이어티 주주사인 경방과 이니시스는 인터넷을 통해 대금을 지불(Internet Billing)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중이다. 삼보컴퓨터와 하빈은 하빈제품(MP3P)을 삼보컴퓨터가 국내 유통할 수 있도록 협의중이다. 차세대 B2B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코리아e플랫폼, 파이언소프트, 아이컴피아는 지난 1월 코리아B2B컴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브이소사이어티 주주사는 이네트. 브이소사이어티의 이형승 사장은 "하는 일 없이 모여 세를 과시하는 귀공자 클럽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례들"이라며 "향후 국내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