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골득실차로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한국 축구는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우선 선수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대패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10년 넘게 스리백 맨투맨 시스템에 익숙해진 한국 선수들에게 갑자기 포백의 일자형 존 디펜스를 주입시켜 조직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4-4-2 시스템의 정착을 천명했다. 그러나 얄궂게도 그동안 '히딩크 사단'이 승리한 4경기는 3-5-2로 복귀했을 때 이뤄졌다. 6개월이 흐르도록 우리 몸에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감독의 자질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이 1백50만달러(추정)의 연봉에 각종 수당과 성과급 형식의 보너스를 주며 히딩크 감독을 고용한 이유는 유럽축구에 맞서 싸울 힘을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시아권 팀에는 강해도 유럽팀만 만나면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또다른 성과로는 뉴페이스들을 발견한 점을 들 수 있다. 공격라인의 황선홍(30·가시와 레이솔) 미드필드의 최성용(26·라스크 린츠) 수비라인의 송종국(22·부산)이 그들이다. 한국대표팀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북중미 최강자 멕시코를 꺾고 호주의 돌풍을 잠재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