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손해보험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심각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금감원의 '쓸데없는 간섭'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감원은 정부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공정위의 '외통수식 법 적용'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두 정부기관 사이의 상반된 정책 때문에 애꿎은 손보사들만 85억원이라는 대규모 과징금을 물게 됐다. ◇ 공정위 입장 =지난해 4월부터 부가보험료가 자유화된 상태인 만큼 손보사들이 자율적으로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주력해야 할 금감원이 이미 자유화된 보험료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월권 행위'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 실제 이번 과징금 부과 조치는 법적 근거없이 행정지도를 남발하는 금감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성격이 짙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금감원의 무분별한 행정지도 행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며 "손보사들은 이번 조치를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자동차업무부장 회의'를 열고 일률적으로 3.8%씩 올리기로 결의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손보사에 과징금 부과를 면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 금감원 주장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폭에 대해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보험료 인상 요인이 많은 탓에 업계 자율에 맡길 경우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 자동차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돼도 당분간은 '금감원의 적극적인 가격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측은 손보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대해 "아무런 이득도 챙기지 않는 담합이 있느냐"며 "공정위가 실제 효과를 무시한 채 법 적용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 손보사 입장 =지난해 자동차보험료를 3.8% 밖에 못올린 것도 억울한데 담합으로 몰아 과징금까지 매기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정부정책을 따른 '죄'에 대한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는 것. 더욱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와 저조한 자산운용 실적 때문에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침이 잘못됐다면 금감원을 제재해야지 왜 손보사에 과징금을 매기느냐"며 흥분했다. 보험료 인상 전에 업계가 회의를 연데 대해서도 "금감원 지침이 정해졌기 때문에 약관 개정 등 후속 절차를 밟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며 "설령 회의를 갖지 않았더라도 모두 3.8%씩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돼 공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대한.국제.리젠트화재에도 과징금이 부과되자 "부실 금융기관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