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라운드를 하다 골프가 잘 안되면 안양CC 연습장에서 연습에 몰두했다.

오후 3~4시쯤 라운드가 끝나면 어두워질때까지 연습을 했다.

당시 볼을 담은 박스가 나무상자로 돼 있었는데 한 박스에 24개 정도가 들어있었다.

이 회장은 보통 15~20박스를 쳤다.

나는 이 회장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아마추어인 이 회장님도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는데…더 열심히 연습을 해야겠다''고 자극을 받곤 했다.

이 회장은 골프채면 골프채,신발이면 신발,볼이면 볼 무엇이든지 최고 제품만을 썼다.

당시 최고급 골프채인 ''케네스 스미스''는 손으로 제작한 것인데 골프채마다 고유번호가 부여돼 있다.

이 회장 것은 57번이었다.

당시 우드는 감나무로 만든 퍼시몬이 주류였는데 이 회장은 가장 좋은 감나무 재료를 직접 구해 주문제작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감나무는 캐나다 북쪽산이 최고급인데 그 중에서도 양쪽으로 가지가 갈라지는 부분의 재질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골프채에 대한 상식도 박식했지만 골프채를 예술품처럼 다루며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닦고 아꼈다.

그러면서도 남에게 베푸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누가 이 회장 골프채를 보고 ''좋은 채군요''하면 바로 즉석에서 선물로 줘버리곤 했다.

돈이 많아서인지 모든 사람에게 인심이 후했다.

캐디들을 손녀처럼 아끼면서 캐디피를 후하게 줬고 프로들에게도 넉넉하게 사례를 했다.

이런 분도 라운드를 하다가 자그마한 티 하나를 주으면 몹시 좋아했다.

이 회장은 티가 아까워서라기 보다는 코스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회장은 당시 새로 나온 윌슨 맥그리거 파워빌트 혼마 등의 골프채를 보면서 "이렇게 좋은 골프채를 가지고 스코어를 못내는 것을 보면 프로들이 끈기가 없다.보비 존스 등은 이 보다 더 못한 채와 볼로 언더파를 기록했는데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마추어로서는 진기록인 홀인원을 3번이나 기록했다.

맨 처음은 79년 5월13일 안양CC 13번홀(1백84)에서 5번우드로 잡았다.

81년 11월22일에는 역시 안양CC 17번홀(1백48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낚았다.

세 번째는 일본 골프장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