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영계들의 할렘...' .. 정규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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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금융인이 썼다는 e메일이 화제다.
"한국에서 근무하며 왕처럼 살고있다"로 시작되는 이 전자우편은 인터넷 시대답게 전세계 금융인들 사이에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전파됐던 모양이다.
"매일 밤 대여섯명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대형 아파트의 호화침실은 ''영계들의 할렘''이며…"
월드와이드웹을 타고 세계로 번져간 이 스토리는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니다.
여자와 돈에 대한,그래서 진부한 접대 풍속도의 단편일 뿐이다.
문제의 e메일은 급기야 칼라일 본사에까지 날아들었고 우리의 철없는 ''젊은 왕''은 바로 사직서를 써야했다는 것이고….
세상이 바뀌고 기존 질서가 뒤집어지면 새로운 유형의 인간들이 빈공간을 메우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것도 반복돼 왔던 세상풍경이다.
미국의 유수대학을 나와 미국회사에 취직했고 기회를 맞아 금의환향한 스물네살 젊은이에게 욕망을 자제할 것이며 신사로서의 체면을 지키고 고액연봉을 가치있게 쓰는 고상한 방법론에 대해 강의해본들 쇠귀에 경읽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게다.
외환대란을 맞아 뒤죽박죽 돼버린 나라에서야 더말할 나위도 없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금융계를 휩쓸고 있는 모 미국은행 서울지점 출신들의 입신양명만 하더라도 칼라일의 ''젊은 왕''과 비슷한 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들이 행장이며 주요 은행의 고위직을 석권한 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적지 않은 행운도 작용했을 게다.
한국의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후진국의 부패한 금융인''으로 전락한 자리를 메운 것은 어떻든 그들이다.
관치금융에 얽혀들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그들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던 셈이다.
세상이 바뀌었을 때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외환위기로 그동안의 경제 하는 방법론이 모두 부정 당한 자리는 좋든 싫든,검증이 됐건 안됐건 전혀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회로 다가서게 마련이다.이들 중에는 숨은 실력자도 있지만 때로는 다만 행운으로 기회를 잡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은행장도 그렇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사외이사 자리조차 낡은 체제에서 ''상처받지 않은 사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사정이 그렇게 돌아가는 곳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기존 체제와 인연을 끊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적임 중의 적임이다.
이런 연유로 정부 고위직에까지 올라간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43시간짜리 법무장관 소동도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처신이며 이들이 입증해야 하는 ''실력''이다.
구시대의 낡은 방식을 답습하고 오랜 부패구조를 더욱 강화할 뿐이라면 우리는 ''구관이 명관'' 타령을 부르게 된다.
대한제국이 무너진 자리를 친일파가 메우고,일본이 물러간 자리를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장악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오직 행운으로 자리에 올랐다면 단맛을 더욱 달콤해하는 외엔 별일도 없을 터다.
개발연대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체제가 들어서고 이것이 정권교체와 맞물리면서 경제계에도 많은 세력과 인물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칼라일의 ''젊은 왕''과 그에 대한 ''호화접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금융시장의 일하는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구나"하는 불길한 생각을 갖게 된다.
젊은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도 인생고의 하나라 하겠지만 정부는 특히 ''사람을 교체하고 누구에게 어떤 일감을 줄 것인가''하는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 봐야겠다.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jkj@hankyung.com
"한국에서 근무하며 왕처럼 살고있다"로 시작되는 이 전자우편은 인터넷 시대답게 전세계 금융인들 사이에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전파됐던 모양이다.
"매일 밤 대여섯명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대형 아파트의 호화침실은 ''영계들의 할렘''이며…"
월드와이드웹을 타고 세계로 번져간 이 스토리는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니다.
여자와 돈에 대한,그래서 진부한 접대 풍속도의 단편일 뿐이다.
문제의 e메일은 급기야 칼라일 본사에까지 날아들었고 우리의 철없는 ''젊은 왕''은 바로 사직서를 써야했다는 것이고….
세상이 바뀌고 기존 질서가 뒤집어지면 새로운 유형의 인간들이 빈공간을 메우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것도 반복돼 왔던 세상풍경이다.
미국의 유수대학을 나와 미국회사에 취직했고 기회를 맞아 금의환향한 스물네살 젊은이에게 욕망을 자제할 것이며 신사로서의 체면을 지키고 고액연봉을 가치있게 쓰는 고상한 방법론에 대해 강의해본들 쇠귀에 경읽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게다.
외환대란을 맞아 뒤죽박죽 돼버린 나라에서야 더말할 나위도 없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금융계를 휩쓸고 있는 모 미국은행 서울지점 출신들의 입신양명만 하더라도 칼라일의 ''젊은 왕''과 비슷한 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들이 행장이며 주요 은행의 고위직을 석권한 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적지 않은 행운도 작용했을 게다.
한국의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후진국의 부패한 금융인''으로 전락한 자리를 메운 것은 어떻든 그들이다.
관치금융에 얽혀들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그들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던 셈이다.
세상이 바뀌었을 때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 외환위기로 그동안의 경제 하는 방법론이 모두 부정 당한 자리는 좋든 싫든,검증이 됐건 안됐건 전혀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회로 다가서게 마련이다.이들 중에는 숨은 실력자도 있지만 때로는 다만 행운으로 기회를 잡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은행장도 그렇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사외이사 자리조차 낡은 체제에서 ''상처받지 않은 사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사정이 그렇게 돌아가는 곳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기존 체제와 인연을 끊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적임 중의 적임이다.
이런 연유로 정부 고위직에까지 올라간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43시간짜리 법무장관 소동도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처신이며 이들이 입증해야 하는 ''실력''이다.
구시대의 낡은 방식을 답습하고 오랜 부패구조를 더욱 강화할 뿐이라면 우리는 ''구관이 명관'' 타령을 부르게 된다.
대한제국이 무너진 자리를 친일파가 메우고,일본이 물러간 자리를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장악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오직 행운으로 자리에 올랐다면 단맛을 더욱 달콤해하는 외엔 별일도 없을 터다.
개발연대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체제가 들어서고 이것이 정권교체와 맞물리면서 경제계에도 많은 세력과 인물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칼라일의 ''젊은 왕''과 그에 대한 ''호화접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금융시장의 일하는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구나"하는 불길한 생각을 갖게 된다.
젊은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도 인생고의 하나라 하겠지만 정부는 특히 ''사람을 교체하고 누구에게 어떤 일감을 줄 것인가''하는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 봐야겠다.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