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업계의 간판기업이자 세계시장 제패를 꿈꾸는 일본전신전화(NTT)의 주가가 도쿄증시에서 이름 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NTT 주가는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지난 87년 2월 도쿄증시 1부에 상장시킨 후 한때 주당 3백만엔을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70만엔대까지 추락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6회에 걸쳐 NTT 주식을 일반에 공개 매각했으며 모두 현재 시세를 월등히 웃도는 값에 팔았다.

특히 87년 11월 2차 공모 때는 주당 2백55만엔에 팔아 이때 주식을 산 투자자는 최소한 원금의 3분의 2 이상을 허공으로 날린 셈이 됐다.

일본 증권업계 분석가들은 NTT 주가가 죽을 쑤는 이유를 크게 네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통신시장의 무게중심이 고정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옮겨가면서 그동안 NTT(NTT는 지주회사임)의 핵심 역할을 해온 동.서 두 회사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인건비 감축을 핵으로 하는 NTT의 경영합리화 카드가 계획만큼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일본정부 규제의 행방이다.

일본 정부는 비대해진 NTT의 독점과 독주를 막기 위해 통신회선을 다른 사업자들에게 값싸게 개방할 것을 촉구해왔다.

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통한 요금인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뜻대로 잘 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NTT 그룹의 해체, 분리와 분할을 강력히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하나는 회계방식에 대한 증권가의 의혹이다.

도쿄 증시에서는 일본 정부의 견제와 미국의 개방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NTT가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벌었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익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지 않느냐는 불신이 적지 않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