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공기는 불에 그슬른듯한 묘한 향내가 난다.

문화를 달리해 살아온 생면부지의 이방인임을 깨닫게 한다.

공항 출국심사대를 빠져 나오면서, 대합실이 한국의 고속터미널 정도 크기라는데 놀란다.

델리에서 자이푸르는 대략 5시간 거리.

이동도중의 마을 공터 마다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목욕하는 아이, 이동이발소, 기름에 튀긴 야채를 파는 사람 등 사람만 다를뿐 한국의 6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자이푸르는 핑크시티라고도 불린다.

도시 전체가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다.

인도의 정취가 물씬 배어나는 하와마할(바람의 궁전, 왕실의 부인들이 길거리행사를 관람하던 곳), 잔타르마르크(천문대), 시티팰리스(박물관) 등이 모두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

길에는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소, 사람들이 뒤섞여 바글거린다.

소의 천국이다.

노숙자도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농촌사람들이 보릿고개가 되면 이렇게 도시로 몰려와 거지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명하다가 농사철이 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11km 떨어진 곳에 엠베르성이 있다.

높은 언덕 위의 거대한 이 요새를 지금은 코끼리를 타고 올라간다.

수없이 많은 누각의 집합체엔 고대 인도인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끌어올린 강물을 성벽 사이로 흐르게 하고 이 강물이 언덕 위를 지나는 바람과 합쳐지면서 냉방효과를 내도록 했는가 하면 촛불 하나만 켜도 1천개의 불빛으로 반사되도록 꾸민 시쉬마할이라는 누각이 그러했다.

모든 건축재료는 단단한 돌로 하나하나 손으로 깎은 것이다.

초소격인 탑은 벽을 망사 같은 것으로 둘러 사방이 잘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그 망사 같은 것은 하나의 커다란 돌 판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어 놓은 것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관광지마다 길거리 상인들은 조잡한 공예품을 들이댄다.

대부분 20달러를 부르지만 관광객이 탄 버스가 출발할때 쯤이면 2달러 이하로 내려간다.

현지인 가이드가 교통정리를 한다.

너무 싸게 팔려는 기미가 보이면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다.

일행이 묵는 숙소는 옛날 왕궁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왕조시대가 막을 내린후 호텔로 개조되었다.

인도엔 이러한 호텔이 굉장히 많다.

현대적 건물을 제외한, 웬만큼 오래된 호텔에 묵게 되면 그곳이 곧 유적지인 셈이다.

자이푸르 동쪽으로 2백21km 떨어진 아그라시.

타지마할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순백색의 벽돌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은 고대 인도의 왕이 왕비의 죽음을 애도하여 세웠다.

노을 속에서 가장 환상적이다.

타지마할을 보기 전에 다른 성과 묘소 등을 둘러보는게 좋을 것 같다.

카주라호에 도착하면 볼거리가 많아진다.

에로틱팰리스엔 고대 인도인들의 성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마수트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특히 여자들의 몸매는 다소 과장되게 표현돼 있다.

멀지 않은 곳의 시골마을과 오차리조트도 가볼만 하다.

바라나시, 인도의 성지 갠지스강변에는 많은 인도인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신앙과 순결을 위해서다.

그들만의 성호를 긋고 절을 하고 강물을 몸에 적신다.

귀를 막고 두어번 잠수도 한다.

들려온 얘기처럼 더러운 물도 아니고 황토빛도 아니다.

거무튀튀할 뿐이다.

약 1.5km에 걸쳐 강변에서 사람들이 이 의식을 치른다.

단순히 의식만 치르는게 아니다.

목욕도 하고 양치도 하고 빨래도 한다.

동물을 끌고 와 목욕도 시킨다.

이 지역 양편에 화장터가 있다.

가난한 자는 강변 모래밭에서 화장을 치르고 부유한 자는 강변옆 제단에서 육신의 마지막 의식을 갖는다.

석가모니의 최초 설법지인 녹야원과 고고학박물관, 바라트 마트사원 등도 빼 놓을수 없다.

뉴델리=김호식 기자 khs196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