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실시된 뒤 예상을 뒤엎고 제약사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증가추세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제약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매출이 전년대비 32.9%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고 다음이 한독약품(32.3%),동아제약(28.4%),중외제약(22.4%),한미약품(16.5%)의 순이었다.

이들 상장제약사들의 금년 1.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3%가량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무려 53.6%,순이익은 75.2%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일양약품은 원비디 영비천 등 드링크제품의 판매액이 30%이상 감소해 매출이 줄 전망이며 동화약품도 살충제 품목을 정리해 금년 1.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7%안팎 줄었다.

이밖에 광동제약도 매출신장률이 5.45%에 그치는 등 일반의약품 위주의 회사들이 저조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아제약도 일반약의 전반적인 판매부진으로 매출이 14%나 감소했다.

외국계 제약사의 매출성장세는 더욱 엄청나다.

한국MSD는 작년 1.4분기 88억4천6백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들어 같은 기간중 1백90억4백만원의 매출실적을 내 1백15.3% 증가했다.

또 한국노바티스는 50%이상,한국화이자는 40%이상,한국노바티스는 32%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제약사가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개인의원에서 고가 외국약의 처방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약품 가운데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비중이 분업전인 지난해 5월 43%에서 분업이후인 지난해 11월에는 6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심사평가원은 화이자의 쎌레브렉스,MSD의 바이옥스 등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렇다고 비상장 영세제약사의 영업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H사의 모 사장은 "영세제약사의 매출도 전반적으로 20%늘었다"며 "이는 고가약이나 저가복제약이나 가릴 것 없이 처방량이 늘고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도 "의약분업이후 복제의약품의 신청허가건수가 전혀 줄지 않았다"며 "정부가 영세제약사의 복제의약품 허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는데도 업계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예상밖의 영업성적을 거두게 돼 상장사마다 표정관리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수입의약품,또는 회사 간판품목으로 매출비중이 쏠리면서 품목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