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열 부실 3사의 처리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임시주총에서 감자를 결의, 계열분리와 출자전환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외자유치가 임박한 상태다.

현대투신도 외자유치를 위해 금명간 미국계 투자회사인 AIG(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와 본격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이들 3사의 탈(脫)부실 전략과 회생 가능성을 짚어본다.

[ 현대건설 ]

현대건설 채권단은 감자안 의결에 따라 다음달 대주주 완전감자와 소액주주의 부분감자를 단행하게 된다.

그 뒤 1조4천억원의 출자전환, 7천5백억원의 유상증자, 7천5백억원의 전환사채(CB) 일반공모 등을 통해 모두 2조9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증자계획이 원활하게 마무리될 경우 현대건설은 자본금 3조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채권단은 이날 주총에서 신주 및 전환사채를 최저 5백4원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액면미달 발행의 건''이 통과됨에 따라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액면미달 발행은 채권단이 차액(4천4백96원)만큼의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현대건설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대목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출자전환에 난색을 표하는 투신권을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시켜야 하고 출자전환 분담기준도 확정해야 하는 등 과제를 안고 있다.

투신권은 출자전환 대상 회사채 7천5백억원에 대해 ''상품계정에 속해 있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은행단과 투신권은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점을 도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건설 경영진은 채권단의 지원과 소액주주들의 희생 분담으로 마련된 재무구조 건실화를 기반으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5월 유동성위기 이후 추락된 시장의 신인도 및 영업력 제고 노력이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계기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

[ 하이닉스 ]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재정 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를 앞세워 총 1조8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GDR(해외주식예탁증서) 2억달러를 인수할 외국 투자자는 거의 정해진 상태다.

나머지 8억달러어치 GDR와 3억7천만달러 규모의 하이일드펀드 발행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뉴욕 런던 등 해외에서 3주간 로드쇼(투자설명회)를 벌일 예정이다.

하이닉스와 SSB는 외자 유치를 낙관하고 있다.

"국내 채권단이 전환사채(CB) 1조원 인수 등 총 5조원에 달하는 채무 조정을 해주기로 한 만큼 외국 투자자들도 하이닉스반도체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로드쇼를 앞두고 상당히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함구령(Black-out period)에 들어간 것.

이는 투자 유치가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외자 유치와 함께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 등 기존 대주주 지분(구주 19.13%) 매각도 추진중이다.

구주 매각과 관련, 일부에선 미국계 투자펀드가 사기로 했다는 설(說)도 돌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에선 지금 당장 해외에 매각하는 것보다는 일단 현대그룹에서 이 회사를 계열분리시켜 놓은 뒤 주가 추이를 봐가며 나중에 파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현대투신 ]

현대투자신탁증권 외자유치를 위한 정부와 AIG(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간의 협상이 오는 28일께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AIG측의 실사가 끝나면 현대투신의 잠재 부실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공적자금 투입 규모와 방법을 상반기 안에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풀어야 할 두가지 숙제가 남아 있다.

한가지는 현대투신증권의 잠재 부실에 대한 정부와 AIG측간의 시각차다.

정부와 AIG측이 오랜기간 실사작업을 벌인 것도 이 시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정부측 실사기관인 안건회계법인과 AIG측 실사기관인 영화회계법인이 서로 협의해 다음주말께 현대투신증권의 잠재 부실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가지 숙제는 AIG측이 현대증권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멀쩡한 현대증권까지 AIG에 넘겨준다는데 대해 현대측으로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 입장에선 AIG의 외자 유치를 성사시켜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진동수 금감위 상임위원은 "AIG의 현대증권 경영권 문제는 정부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는 현대투신증권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현대측에 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만약 두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현대투신의 외자 유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말 현재 현대투신증권은 총 자산(4조4천2백96억원)보다 총 부채(5조4천9백35억원)가 1조6백38억원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