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국내외 주요 반도체 업체의 1.4분기 경영실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반도체 분야 매출 19억달러(2조4천7백억원), 순익 7억2천만달러(9천3백억원)를 기록했다.

회사 전체 순익은 1조원을 넘었다.

주력제품인 D램 가격이 평균 45% 추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반면 같은 D램 분야 대표 주자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반도체부문 매출액이 전분기에 비해 32% 감소한 10억달러에 머물고 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모토로라 반도체부문은 22% 감소한 15억달러 매출에 영업손실이 1억달러에 달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영업이익이 3억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세계 1위기업인 인텔도 순익이 4억8천5백만달러로 삼성전자의 3분의 2 수준이다.

최소한 지난 1.4분기 실적만으로는 삼성전자를 따라올 기업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반도체 2,3위 업체인 일본의 도시바와 NEC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하다.

도시바가 최근 통신용 시장의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NEC는 D램 해외생산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어서 현실성을 높여 주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반도체가격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와중에서도 삼성전자가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 반도체분야 영업이익률이 37%로 원가경쟁력에서는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며 이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품목의 비중을 확대하고 꾸준한 원가절감 노력을 펼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가격이 급락한 64메가 D램과 1백28메가 D램의 비중을 최근 전체 메모리 매출의 10%대 이하로 줄였다.

대신 램버스 D램과 2백56메가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경쟁업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서버와 고화질 멀티기기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DDR의 경우 삼성전자는 이미 2년전에 1기가급 제품을 개발, 현재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신 게임기기인 엑스박스(X-Box)의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현존하는 메모리 반도체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램버스 D램도 인텔이라는 든든한 제휴선을 가지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에도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D램의 경우 기존 0.18㎛ D램 공정라인을 올해안으로 모두 0.15㎛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단위 생산성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중 가동예정인 D램 신규 생산공장 공정도 0.15㎛ 이하로 채택하고 하반기에는 3백mm 웨이퍼 전용공장을 가동, 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착실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10월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3만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비메모리 전용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사상 처음 투자되는 것으로 비메모리 국산화율을 7%에서 25%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