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각종 경제개혁조치들이 광범하게 이뤄졌음에도 국민들은 경제의 기초질서나 공정경쟁 풍토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의식조사 결과는 의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단순한 외환유동성 부족 때문으로만 보지않고 경제제도의 낙후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전근대적인 경제의식 및 관행을 지적한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 KDI의 조사결과에서 그같은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은 큰 문제다.

매매 거래 고용계약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연고를 중요시한다는 응답이 경쟁을 중요시한다는 응답보다 많고,과시소비 등 비합리적인 소비행태가 여전하다는 인식을 갖고있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정부와 기업,그리고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심각하게 반성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의식은 당시의 국내외 경제여건과 판단의 기대수준에 따라 달라질수 있기 때문에 경제현상 자체가 퇴보했다거나 문제가 심각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합리성과 시장원리에 의해 경제가 움직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철저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과제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거나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시장경쟁원리가 철저히 적용된다면 매매 거래 고용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비효율을 수반하는 연고를 중시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의식개혁이 가장 필요한 주체로 기업인과 공무원들이 지목됐고,특히 공무원을 지적한 비율이 지난 98년말 조사 때보다 더 늘어났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비합리적 소비행태가 여전하고,아직도 거품이 빠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전체 국민들에게 해당되는 현상이라기 보다 부유층 또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평가라고 우리는 본다.

그런 점에서 경제의식의 건전화를 이루려면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절대적이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선진화된 경제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그동안의 경제개혁이 지나치게 외형적인 틀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