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회사채 만기연장을 둘러싸고 격돌했던 은행권과 투신권이 현대건설 지원을 놓고 또다시 맞붙게 됐다.

은행들은 투신권도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에 참여하되 불가능하다면 5천4백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도 대폭 감면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그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의견조율에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은행들은 16일 투신사의 현대건설 지원 참여방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투신사들을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다.

채권은행들이 마련한 투신권 참여방안은 크게 세가지다.

1안은 1조4천억원의 출자전환과 7천5백억원의 유상증자에 투신사가 참여하는 것.2안은 출자전환 대신 투신사들이 갖고 있는 현대건설 회사채 5천4백억원의 만기를 3년 연장하고 금리도 연 6.5%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 경우 신규 유상증자엔 1천5백억원 정도 참여해야 한다는 게 은행측 요구다.

마지막 3안은 출자전환과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하기 어렵다면 보유 회사채 만기연장과 동시에 금리를 연 3%대로 낮추라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투신사도 은행들과 동등하게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투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신사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요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투신사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펀드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회사채 금리감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밝혔다.

그는 "보유 회사채 금리를 깎아주면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고객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며 "자칫 투신권 전체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은행들은 다음주부터 투신권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차병석·박민하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