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은 현재 Baa2(무디스 평가)이다.

투자적격 최하위등급에서 불과 1단계 위에 놓여있다.

S&P는 투자적격중 가장 낮은 BBB-로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매겨놓고 있다.

지난해 3백45억7천3백만달러 매출에 무려 47억6천7백만달러의 순익을 올린 세계 최대 D램 반도체 기업의 신용등급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가 미국이나 일본 기업이었더라면 과연 어떤 신용등급을 받았을까.

국제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한국''의 기업이라는 이유로 신용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부적격이 수두룩하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할 때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한다.

기업이미지 개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S&P나 무디스 등 에 우회 출자해 신용평가시 긍정 요인으로 반영시키는게 어떻겠느냐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국가신용등급 때문에 기업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그만큼 심각하다.

◇ 대접 못받는 한국기업 =삼성전자는 지난 3월말 S&P 실사팀이 신용등급 재조정을 위해 자사를 다녀간 이후 낭보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S&P는 ''묵묵부답''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에 비해 지난해 매출은 다소 적었지만 순익은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소니가 A+(S&P)로 삼성전자보다 훨씬 높다.

"결코 돈이 아쉬운게 아니다. 신용등급이 올라간다고 해서 해외사채를 발행할 것은 아니다. 회사가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랄 뿐이다"(삼성전자의 한 임원)

지난해 영업이익 1조9천억원, 순익 6천억원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아예 ''투자 부적격''이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S&P와 무디스 모두 BB-와 Ba3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S&P 실사팀이 방한했을 때 기업실적과 재무구조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측은 최소한 한 등급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순익 13억달러로 세계 철강업체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포항제철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익은 경쟁 기업인 일본 신일본제철보다 10배 이상 많지만 무디스는 두 회사에 대해 똑같은 등급을 매겨놓고 있다.

◇ 왜 제대로 평가 못받나 =아무리 실적이 좋고 기업 전망이 밝아도 국가신용등급 이상은 받을 수 없는 평가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정부 소유의 산업은행과 같은 등급을 받는 이유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피치만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보다 2단계 높은 BBB+로 평가하고 있으며 S&P와 무디스는 이보다 한 등급 아래인 BBB와 Baa2에 각각 위치시켜 놓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는한 기업등급의 상향조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미지 관리도 문제이지만 해외자본 조달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차이가 나도 최소 0.2%의 가산금리를 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57억달러 규모의 해외사채 및 전환사채를 발행한 한전은 발행 조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올라갔더라도 1백50억원은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