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여고 1학년 때 아련한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나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이연희)"

"남녀주인공이 마지막 며칠을 함께 보내며 지난날을 반추하는 대목에서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다(양영광)"

"지금까지 읽어 온 멜로 소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김희영)"

인터넷에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이용범씨의 장편소설 ''열한번째 사과나무''(생각의 나무)가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소설은 지난 3월17일 출간된 이래 두달 만에 25만여권이 판매됐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논쟁의 불씨를 지피면서 4월 중순부터 교보문고 영풍문고 을지서적 등의 베스트셀러집계에서 줄곧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이 작품은 불멸의 사랑에 관한 ''고급멜로드라마''이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립에 선 ''중간문학'' 형태를 띠고 있다.

이야기는 ''나''가 열여섯살 때 상은을 처음 본 순간 열병을 앓는 것으로 시작한다.

식목일날 나와 상은은 유리병에 사랑의 언약을 써 사과나무밑에 묻고 어른이 된 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그 약속은 가혹한 운명탓에 어긋나고 만다.

나는 오랜 세월후 우연히 어린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가 자신의 딸이며 상은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의 임종을 … 지켜줄 수 있죠?" 소녀의 말에 나는 끝없이 눈물을 쏟는다.

"사랑은 양보하는 게 아니었는데"라는 회한의 말을 남긴 채 상은은 영원히 내곁을 떠난다.

이야기의 감동은 아름다운 문체로 더욱 빛난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유형의 아침''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이씨는 세련된 수사와 견실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이 책을 출판한 생각의나무 박광성 사장은 "누구나 한번쯤 겪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화함으로써 ''문화의 사각지대''인 성인남자를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생활고에 지친 어른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못다 이룬 순결한 사랑얘기가 무한경쟁에서 패배한 대다수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 이용범씨는 "젊은날의 순수와 이상을 일깨움으로써 독자들에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