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칸 국제영화제가 9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칸 중심가의 ''팔레 드 페스티벌''내 뤼미에르 극장에서 개막작 ''물랑 루즈''(원제 Moulin Rouge)상영과 함께 막을 올렸다.

호주출신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 루즈''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호흡을 맞춘 뮤지컬이다.

19세기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에 있는 극장식 클럽 ''물랑 루즈''를 배경으로 클럽의 매혹적인 여가수 사틴(니콜 키드먼)과 젊은 청년시인(이완 맥그리거)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성공''을 꿈꾸는 여자는 돈과 권력을 쥔 남자들을 유혹하지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여자에게 청년시인은 열정적 사랑으로 다가가고 이윽고 둘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여자를 차지하려는 부유한 공작과 그녀를 사로잡은 병마로 인해 두사람의 사랑은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호화로운 세트와 의상,1백여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춤과 노래,짙고 화려한 색채,동화적인 분위기….

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고전''에 현대적인 색채를 입혀냈던 루어만 감독은 ''물랑 루즈''에서도 특유의 속도감과 에너지가 넘치는 화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란하기 그지없는 볼거리·들을거리에 비해 3각관계를 축으로 한 이야기는 진부한 편.

극속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엘튼 존,U2,너바나등 ''20세기''음악.

모든 곡을 직접 선곡했다는 감독은 작품상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세기 대중문화를 사랑한다"며 "물랑 루즈라는 공간은 20세기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그에 대한 찬가"라고 말했다.

''물랑 루즈''를 포함해 11개국에서 출품된 공식 경쟁작 23편이 경합할 올 칸영화제는 20일 폐막된다.

한편 공식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노르웨이 출신의 배우 겸 감독 리브 울만은 "지성만을 위한 영화나 최고의 영화라고 찬사받는 예술영화보다 인간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영화가 21세기 영화의 비전이 돼야 한다고 본다"라는 심사기준을 밝혔다.

칸=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