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MBC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현숙씨는 "골프를 통해 인생철학을 배우고 인간관계도 많이 성숙됐다"며 골프예찬론을 폈다.

그녀가 골프에 입문한 동기는 해외여행 때 골프를 못쳐 ''왕따''를 당했기 때문.

지난 89년 미국공연을 갔을 때 동료들이 모두 골프를 즐기는 동안 혼자 호텔에 남아 있게 된 것.

귀국 후 그녀는 작심하고 골프를 배웠다.

그때 사무친 ''외로움'' 때문에 연습장에서 겨우 이틀 배운 뒤 7번아이언 하나만 들고 선배가수인 김부자씨를 따라 필드에 나갔다.

현숙씨는 입문할 당시나 지금이나 골프레슨비만큼은 결코 아까워하지 않는다.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을 연습장에 가더라도 레슨코치가 있는 데서 연습한다.

그래서 그런지 현숙씨의 스윙폼은 프로처럼 완벽에 가깝다.

현숙씨는 "좋은 클럽으로 치는 것보다 스윙이 예뻐야 볼이 잘 맞는다"며 "연습장에서는 항상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골프를 즐겁게 치라고 강조한다.

스코어에 집착한 나머지 동반자가 못치길 바라는 골프는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저는 골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동반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골프는 결코 혼자칠 수 없거든요.

동반자는 OB가 나서 볼을 잃어버렸는데 자기 혼자 잘 쳤다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 함께 골프칠 친구가 없게 돼요"

현숙씨는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과 함께 라운드할 때는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온갖 배려를 한다.

"오빠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 1∼2? 거리의 퍼팅이 들어가면 만원을 주고,다음에는 파를 하면 만원을 주고,그 다음에는 버디를 잡으면 만원을 주는 식으로 흥미를 북돋워 주었지요"

그녀는 알레르기 증세가 있어 밤늦게까지 방송일을 하면 목소리가 나빠지곤 했다.

그런데 새벽에 골프를 하러 나가게 되면서 이런 증상이 없어지고 목소리도 매우 좋아졌다.

현숙씨는 방송가에서 ''효녀''로 통한다.

5년 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코에 호스를 끼고 연명하고 계시는데 온갖 병수발을 하면서도 항상 밝은 얼굴이다.

지금은 골프실력 향상보다도 어머니가 병상에서 하루빨리 일어나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