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닷새째 상승하며 80일만에 590대에 진입했다.

최근 미국의 1/4분기 GDP 성장률 예상치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였다는 발표 이후 외국인 매수가 끌면서 상승했던 주가는 미국 실업률 악화 발표를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받아넘기며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주 580선 돌파 이래 프로그램 매도를 외국인이 다시 받고 5일 이동평균선이 지켜지며 투자심리가 보전된 것이 저가매수세를 탐색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종합지수가 매물대로 인식된 580∼600대에 진입한 이래 추가상승 기대감을 잃지 않고 있고 장중 조정을 받으면서도 밀리지 않는 등 매물 소화과정이 견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매물벽 돌파를 위한 1차 시도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600선 돌파를 위한 시도에 좀더 힘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고점인 630 근처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기대도 나온다.

일단 5월 15일까지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버팀목의 역할을 할 것이고 최근 개선된 투자심리를 바탕으로 매수기회를 탐색하는 세력을 등에 업어 주가 탄력이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반론도 있다. 최근 한달새 단기적으로 100포인트 급등했다는 부담에다 외국인 매수 여력이나 신규자금의 증시 유입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먼저 털어내야 한다는 것. 5월 옵션만기일의 출렁거림이 일시적이라는 확인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가보자''는 게 시장의 중론인 듯하다. 그럼에도 시선이 600선 너머 전고점인 연중최고치에 어느새 닿게 되자 경기라는 최대 문제에 다시 봉착하고 있다.

◆ 종합지수 590선 돌파, 600선에 바짝 다가서 = 7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0.90포인트, 1.86% 오른 596.50으로 마감, 지난 2월 21일 이래 처음으로 590대에 들어섰다. 장중 599.05까지 상승, 600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종합지수는 외국인의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590선에 진입하며 출발한 뒤 장중 584대까지 밀렸다가 개인을 비롯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회복한 점이 눈에 띤다.

물론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홍콩세력 등 투기성이 짙고 기관 매수세도 프로그램 매수가 대부분이어서 단기 조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지수가 밀리지 않은 데 따른 장의 긍정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고 기관의 매수 차익 또는 비차익 거래도 시장베이시스의 콘탱고 유지 등 선물시장의 긍정적 시각을 포함하고 있다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개인이 코스닥시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목격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거래소 증권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개인 선호주인 증권주는 이날 8.9%나 급등, 종합지수가 540선으로 첫 발을 옮긴 지난 18일 12% 가까운 상승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지난주말 기간 조정으로 다소 부담을 느낄 무렵이었다"며 "외국인 선물 매수 전환과 기관 매수에 동반돼 순환이 이뤄지면서 개인이 증권주 등을 매수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이번주 외국인 매수 등 수급이 관건 = 시장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미국의 실업률 발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미국 시장의 안정세를 바탕으로 추가 상승의 바탕이 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은 4.5%로 발표 이후인 지난 5일 로이터 통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5명의 채권딜러 중에서 24명이 오는 5월 1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6월에는 11명이 0.25%포인트, 8명이 0.50%포인트 추가 금리인하를 점쳤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시장이 실업률 악화에 금리인하라는 호재를 붙여 악재에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라며 "5월 15일까지는 금리인하를 바탕으로 상승시도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최근까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 이어 실적호전주인 현대차 등에 대한 지분율 크게 늘린 바 있어 추가 수급이 뒷받침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의 유욱재 수석은 "이번주 미국의 경제지표는 금요일인 11일 발표되는 4월중 생산자물가와 소매판매가 비중이 크다"며 "이에 따라 이번주에는 미국 경제지표보다는 외국인 매수 여부나 증시 주변 자금 등 수급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의 조재훈 팀장은 "외국인이 살 때는 많이 사고 팔 때는 적게 팔고 있으나 오늘 순매도 이후 내일 이후 매수를 재개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이어 매기를 다양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5월 랠리 기대감으로 이번주 강세가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종합지수 570 이상은 외국인의 평균 매매단가 이상이고 살 종목은 거의 다 사 앞으로 블루칩과 옐로칩에 대한 매물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회복 기대감은 어디까지 = 미국의 1/4분기 GDP 성장률 예상치가 호조를 보인 뒤 실업률 발표로 희석되기는 했으나 경기회복 기대감이 목격되고 있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금요일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주가를 올리긴 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실업률 악화는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2/4분기 미국기업의 실적도 둔화가 예상된다"며 낙관 일변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최근 4월까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8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의 1/4분기 4% 성장 가능성 발언과 5월중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결과가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진념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GDP성장률에 대한) 최종 결과 받아봐야 알겠지만 3∼4% 언저리에서 나올 것"이라며 "4%대 까지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전경련은 이날 매월 업종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5월중 BSI가 115.5를 기록, 4개월째 상승했고, 지수상 지난 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기회복 여부가 최대 관건이어서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실물경제 여건이 호전돼야 현재의 투자심리 회복에 따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1/4분기 GDP 성장률 4% 가능성과 5월 BSI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좀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진 부총리 스스로도 1/4분기 4%대 성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지금은 추경예산을 편성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다음달에나 추경 여부 등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1/4분기보다는 2/4분기 이후의 경기에 정책초점이 놓여져 있음을 시사했다.

1/4분기의 경우 기업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기아차 등이 1/4분기 실적호조를 발표하면서 주가상승을 맛보고 있다.

그러나 1/4분기 중에는 환율상승의 수혜를 보는 가운데 반도체는 단가하락을 공급량 확대로, 자동차는 수출부진을 내수로 보전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가격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수출은 두달째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2/4분기 성장률이 불투명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경련의 5월중 BSI 상승요인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엔화 약세 진정 등 대외요인도 있으나 대내적으로 음식료, 시멘트, 운송 등 상당수 업종이 본격적으로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기업들의 소비수요회복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5월중 내수BSI는 122.9로 지난 1월 이래 4개월째 상승했으나 수출BSI는 113.5를 기록, 상승 기대감이 크긴 했지만 지난 4월 115.3에 비해 하락했다. 4월 수출실적 BSI 역시 98.1로 실제 수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 엔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으나 일본경제의 회복가능성은 상당기간 희박, 엔화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 미국의 경우 IT사업의 과다차입과 중복투자로 인한 조정국면에서 금리인하가 기업들의 투자수요로 이어지기 어렵고 실업률 증가 상황에서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5월 BSI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