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에 4%대 성장이 가능할까''

지난주말 채권시장에서 번져간 4% 성장루머에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3% 안팎)를 크게 웃도는 숫자다.

4%대 성장이 현실화된다면 주가.금리.환율 등 시장상황과 거시정책은 중대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GDP를 추계하는 한국은행은 "이제 통계작업을 시작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그러나 산업생산이 예상만큼 나쁘지 않았고 소비도 중상층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 ''4%대''설(說) 배경 =지난 4일 국고채 금리가 연 6.39%까지 내려가다가 막판 6.45%로 반등했다.

채권딜러들 사이에 4%대 성장설이 퍼진 탓이다.

터무니 없다고 몰아붙이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성장추계에 필요한 주요 통계가 이미 다 나와있어서다.

산업생산은 1.4분기에 4.9% 증가했다.

특히 2,3월엔 예상보다 좋다고 보고 있다.

또 소비(도소매판매)와 수출은 각각 2.5%, 2.4% 늘었다.

물가와 실업도 예상했던 수준이다.

다만 수입이 2.0% 줄고 설비투자가 6.3% 감소해 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일각에선 ''신용카드 효과''를 지목하기도 한다.

카드사용이 늘면서 지하경제의 상당부분이 양성화(GDP 증가요인)됐다는 얘기다.

◇ 과연 가능할까 =한은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현재 GDP 추계를 위한 현장조사 중이며 오는 25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계도 안됐는데 예단은 더욱 위험하다는 반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분기 성장률을 3.5%로 지난달에 예상했다.

수출이 4.0% 늘고 수입은 1.3% 준다는 전제로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수출입 실적은 더 낮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제조업인데 생산 소비 투자 등을 종합해볼 때 4%를 넘기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경기부진을 걱정하면서도 물가불안을 의식, 8일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또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념 부총리가 "올해 추가 정책없이도 4%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 대목은 주목을 끌고 있다.

부양책 없이도 이 정도면 상반기 경기가 그다지 나쁘진 않다는 시사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4%대 성장설''은 경기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 소지가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