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신용카드 시장을 개방키로 한 것은 경쟁 원리를 이용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의 하나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이 금리인하 추세에도 불구하고 연 18∼29% 대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암묵적인 담합이 있기 때문으로 금감위는 판단하고 있다.

어떻든 카드업계는 이번 개방 조치에 따라 빠르면 하반기부터 △전면적인 시장 재편과 △업계간 금리 및 서비스 경쟁 등으로 대대적인 변혁을 맞이하게 됐다.

◇ 12년만의 시장 개방 =정부는 지난 89년 외환은행에 외환카드(자회사) 설립을 허가한 이후 ''기존 회사의 부실화 우려''를 이유로 국내 카드시장의 사실상 과점체제를 묵인해 왔다.

때문에 삼성 LG 등 7개 전업사와 19개 은행들은 지난해 카드사업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순익을 거둬들이는 등 과점의 열매를 톡톡히 따먹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규진출 희망업체의 불만 확대와 △기존 카드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본업(신용판매)보다는 현금서비스 위주의 영업행태 △영업질서 문란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는 특히 카드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과도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입는 피해를 감안,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장 개방''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이를 통해 카드 시장의 왜곡현상을 시정하겠다는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 개방의 부작용은 최소화 =정부의 카드업 개선 방안은 크게 두가지.

카드업 신규 진출은 허용하되 엄격한 조건을 붙여 부작용을 사전 방지하겠다는 것.

또 기존 업체의 잘못된 영업행태를 법을 제정해서라도 고치겠다는 것.

기존 허가 기준은 최저 자본금 2백억원 이상, 금감위가 정하는 재무건전성 기준에 적합하거나 일반 기업은 부채비율 2백% 이하 등이었다.

금감위는 이같은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판단,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대기업의 과도한 진출 경쟁을 사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현대(현대캐피탈)는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될 현대생명에 대한 대주주 책임문제로, SK(SK캐피탈)는 그룹계열사에 대한 총액출자한도에 묶여, 롯데(롯데캐피탈)는 영업능력 한도에 걸려 당분간 진출이 힘들게 됐다.

현대의 경우 부실 책임을 묻더라도 카드사업을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전방위 경쟁의 시작 =대기업들은 당장 진출이 어렵겠지만 우리금융그룹이나 조흥은행 주택은행 농협 등 그동안 카드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던 은행들은 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현재 7개 전업사 위주의 시장에 영업과 신규회원 모집활동 등을 독자적으로 하는 카드사가 합류,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특히 한빛 평화 광주 경남 등 4개 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합한 우리금융그룹의 카드 자회사는 회원 4백50만명, 자산 3조5천억원, 시장점유율 8%의 대형 카드사로 발돋움해 삼성 LG 등 선두 그룹과 정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2∼3년 후 시장상황을 감안, 진입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금감위가 밝히고 있어 앞으로 국내 카드 시장은 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카드사들이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위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 카드 자회사 영업 활성화로 공적자금을 조기 회수할 수는 있게 됐지만 공적자금을 받은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지분 해외 매각작업은 시장 개방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수진.최철규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