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이사 park.seong-joon@bcg.com >

나는 유학과 근무로 해외에서 8년여를 보냈다.

해외에선 애국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하듯 외국생활에서의 익명성,외로움,재사회화의 과정은 자기성찰과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기회를 주었다.

이 기간동안 내가 발견한 우리 사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도덕적·윤리적 이중성이다.

일례로 우리 사회에는 회교국가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엄격한 성윤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젊은 여성의 몇십 퍼센트가 유흥업에 종사하느니,지하경제 규모가 10조 이상으로 추산된다느니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선비적 청렴주의,유교적 규범주의를 자랑스러운 정신유산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엘리트 계층의 군복무 비율은 무언가 석연치 않고 저녁뉴스의 단골 메뉴인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이나 쟁의현장의 험악함은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예의를 의심케 한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윤리적·도덕적 이중성은 결국 그 구성원의 가치관 역시 이중적 구조로 만들어 룰과 시스템은 표면적으로만 인정하고 실제 행동은 그것과 다르게 하는 풍토가 만연하게 했다.

어렵사리 하루 휴가를 내어 참석한 동생의 군의학교 전역식이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했다.

군사시설이라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초대장의 안내 글귀와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대며 즐거워하는 참석자들의 모습 사이의 괴리가 그렇고,위험한 곳으로 공중보건의 발령을 받은 동생 앞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와 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고 ''손을 쓰지 않았냐''는 주위의 질타가 그렇다.

역사는 새로운 질서와 평화의 시대를 가져온 국가들을 ''Pax Romana''나 ''Pax America''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들 사회는 나름대로의 어려움 속에서도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사회적 룰을 만들고 이것을 지킴으로써 자국민들과 세계시민들에게 건전한 삶과 사회공헌의 장을 제공했다.

이젠 우리도 ''Pax Koreana''를 꿈꾸며 포용력 있고 생산적인 사회 규범과 이를 준수하는 진지한 시민정신을 우리 사회 제일의 과제로 삼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