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및 전자투표제의 의무도입은 주주총회의 활성화라는 취지와는 달리기업부담과 경영혼선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면투표제의 개정방향 건의를 통해 "서면투표제는 주주총회의 의미 및 절차와 배치될 뿐 아니라 참고자료 작성 등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이의 의무화 입법을 자제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서면투표제는 지난 99년 상법에 도입된지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면투표제(전자투표 포함)를 예외없이 시행토록 하는 사실상의 의무도입 방안이 지난 4월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대한상의는 무엇보다 서면투표제가 의안에 대해 토의하고 표결을 행하는 주주총회 본래의 기능을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과반수 이상의 주주가 서면투표를 하는 경우 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토의와 의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며 서면투표 주주는 총회에서의 동의 및 수정안에 대한 의견표시가 불가능해 원활한 주총진행과 의사결정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현실에서 의사결정에 충분한 참고자료작성 및 송부 등에 따른 과도한 추가부담과 함께 참고자료의 주총일 2주전 송부도 현재의 촉박한 주총일정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라고 상의는 주장했다.

상의는 서면투표제가 진지한 경영참여보다는 단기 자본이득에 관심이 많은 소액주주의 속성을 악용하는 매수기업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수단으로 되는 경우 건전.우량기업의 경영권마저 불안정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서면투표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경우 서면투표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일본의 경우 자본금 5억엔 이상인 기업에 한해 허용하되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상의는 세계적으로도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전자투표제의 조기 도입은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자투표는 외형상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보이지만 해킹,투표과정의 에러,결과 조작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오히려 투표결과의 투명성과 정당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자문서의 형태,문서의 진위 및 유효여부 판단방법,판단절차,집계방법 등의 세부방안을 규정하기 위한 관련 제도와 시스템이 완비되기위하여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자투표제를 바로 시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의는 이같은 기술적.제도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며 이는 곧 기업경쟁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총회의 활성화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이는 기업자율과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