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옷을 입고 하늘에서 날아오는 천사는 아니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기름때 묻은 손으로 근검절약하며 모은 돈을 남을 위해 내놓는 분들이 바로 천사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다일천사병원''건립에 1백만원씩을 내놓은 후원회원이 최근 5천명을 돌파했다.

1백만원을 후원하는 천사회원을 모은 지 5년만에 병원 건축비 50억원이 마련된 것.

무료병원 건축을 추진해온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44) 목사는 "천사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전농동에 2백평 가량의 부지를 마련해 지하2층,지상4층 규모로 착공한 다일천사병원은 최근 지하층 공사를 마치고 지상층 공사에 들어간 상태.

올 연말 성탄절 때는 내과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6개 진료과목에 40병상을 갖춘 무료병원으로 개원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무의탁 노인과 임종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호스피스 역할을 하게 된다.

"1백만원씩 모아서 병원을 세운다니까 처음엔 주변 목사님들도 지나친 ''이상주의''라며 말렸지요.하지만 가난하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덜 쓰고 모은 돈을 갖고 오는 걸 보면서 제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후원금을 낸 사람들의 면면이 이를 말해준다.

4년 동안 모은 돈이라며 지난 성탄절 때 1백만원을 갖고 왔던 환경미화원 부부,3년간 적금을 부어 후원금을 만들었다던 아주머니,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신문지에 감싸안고 찾아온 행상 아저씨….

최 목사는 애초부터 독지가 몇사람의 뭉칫돈으로 병원을 짓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료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부터가 그랬다.

병원입원을 거부당한 한 노목사 부인의 사연을 들은 미아리 윤락여성들이 주머니돈을 털어 47만5천원을 모아온 것을 보고 병원설립을 결심했던 것.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5억원을 보내왔을 때도 1백만원만 받고 나머지는 돌려줬다.

"시작은 기독교에서 했지만 교단과 종파를 초월해 후원금을 내주셨어요.개교회주의가 심각한 개신교의 한계를 뛰어넘어 교회일치는 물론 종교간 화해협력의 본보기가 됐다고 봅니다"

실제로 천사회원 중에는 정토회를 운영하고 있는 법륜 스님을 비롯해 불교신자들이 10%나 된다고 한다.

최 목사는 "종교간 대화는 교단 지도자들의 대화보다 밑바닥에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끼리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 목사는 앞으로도 천사회원을 3천여명 더 모을 계획이다.

병원건축비는 마련했지만 의료기자재와 운영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의료진은 자원봉사인력이 80여명이나 확보돼 걱정을 덜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른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무료병원을 계속 짓겠다"고 말하는 최 목사의 표정이 참 여유롭다.

다일공동체(사회복지법인 밥퍼)는 천사회원 5천명 돌파를 기념해 4일 오후 7시 다일공동체가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서울 대광고 강당에 회원들을 초청,''5004의 밤'' 행사를 갖는다.

(02)2212-800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