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올들어 계속 4% 이상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는 5.3%로 껑충 뛰면서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물가를 3%대에서 안정시킨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확산시키며 금리인상 압력을 부채질하는 등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현재 환율과 국제유가, 그리고 부동산값 상승 같은 물가불안 요인중 가장 큰 변수가 환율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국은행의 분석대로 환율이 10% 오를 경우 1.5%포인트 정도의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한다면 올들어 15%의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만 2%포인트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3%로 수정하면서 물가안정 여부는 환율과 공공요금 인상폭에 달려있다고 한 것이나,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 이하로 유지돼야만 3%대 물가안정이 가능하다는 재경부 견해도 같은 시각이다.

물론 물가불안 현상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관계당국의 주장대로 지난달 물가상승을 주도한 요인들중 공산품값과 공공요금은 이미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이번달부터 농산물출하가 본격화되면 하반기에는 물가안정을 기대해볼 여지도 없지 않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총수요 위축으로 인해 물가불안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마땅한 물가안정방안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바람에 수출이 두달째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엔화약세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어 원화환율을 인위적으로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금융·재정정책을 동원해 물가를 안정시키기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정책은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경색 심화를 막기 급급하고 재정정책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조금씩 줄여가면서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경기를 부양하자니 물가안정을 위해 신경쓸 여력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부진하고 노사갈등마저 격화된다면 우리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소비절약과 생산성 향상에 힘쓰는 한편 노사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