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독립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범주로 보는 오류를 지적하고,모든 현상의 추이시간은 그 현상이 놓여있는 중력과 같은 공간의 상태와 관측자의 운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편적이고 객관성을 지닌 절대적인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된다.

그후 많은 실험이 이를 입증했다.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대해 상대적 의미를 갖는다는 이러한 관점은 철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제현상에 이를 적용시킨다는 것에 무리가 있겠으나,고도성장과 일견 지지부진해 보이는 구조조정이라는 속도 차를 경험하는 우리 경제가 지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고도 볼 수 있다.

완전한 이해를 못하면서도 상대성 이론의 시간을 언급하는 것은 최근 논의되는 공적자금 회수율을 비롯한 구조조정과 그 속도(이동거리/시간)와 관련된 때문이다.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은 1백34조7천억원,회수된 자금은 34조8천억원으로 회수율이 약 24%라는 얼마전 발표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이 분분하다.

비관론으로는 첫째, 앞으로 회수할 부분은 주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출연,예금대지급,출자 등 회수 전망이 불투명한 부분이다.

둘째, 지금까지 투입한 액수의 반도 회수하기 힘들 것이다.

셋째, 현대 문제와 더불어 국가경제가 동반 부실화될 것이다.

넷째,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이 어둡다 등이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주식 가격 상승 가능성, 부실 금융기관의 성공적 매각으로 수조원의 공적자금 확보, 경영 정상화, 회수 노력 등 앞으로 호전될 수 있는 가능성과 최소비용원칙,손실분담원칙,최대회수원칙 등을 제시하고 있다.

비관론은 과거와 현재 사실에,낙관론은 미래에 근거하게 되며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기업도 정부도 국민도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건강한 논의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결국 ''잘 해보자''는 얘기로 결론날 수밖에 없는 면도 없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와 능력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동원된다고 해도 지금 당장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제원론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수요 공급곡선이 시원스럽게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원의 재분배가 일어나는 현실의 구조조정은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집행하고 수익을 내고 회수되기까지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의 체질강화는 급한 우리의 마음처럼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 레이건 대통령의 규제완화 정책 분위기를 타고 경쟁적인 확장으로 방만한 경영을 하다 부도가 난 저축대부조합을 정리하는데 8년이 걸렸다.

5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1천8백억달러가 들었으며 당시 정리신탁공사가 89년 지급불능사태에 빠진 저축대부조합을 95년까지 다른 금융기관에 매각 합병시키면서 부실채권 중 87%를 회수해 좋은 선례를 남겼다.

멕시코는 외자유치를 통해 금융제도를 강화시키는데 2∼3년이 걸렸다.

일본은 92년 공동채권 매입기구를 설립하고 4년 뒤인 96년 겨우 7%를 회수했다.

우리의 경우 98년 말부터 투입되기 시작해서 99년 12월말 1차 공적자금 지원이 완료됐다.

당시부터 투입된 총 공적자금 중 2001년 3월 현재 회수율이 24%라는 것이다.

진행의 초반부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 ''상황 끝''이 아니기 때문에 느리다고도 빠르다고도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더더욱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시간과 싸우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또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식할 때 우리의 최고 역량을 담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가 주길,시장이 힘을 발휘해주길 기다려야 하는 측면도 동시에 갖고 있다.

시간이란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자연의 의지라고 한다.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시간이 우리 경제에는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ljongeun@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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