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leeng@ftc.go.kr >

꽤 오래 전 TV뉴스로 기억된다.

어느 산골 저수지에서 수영하던 어린이가 익사 직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용감한 동네 청년의 의로운 행동이 아이를 살렸단다.

흐뭇한 이야기의 말미에 아나운서는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관할 행정기관이 순찰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살아났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과연 행정기관이 순찰을 자주 나갔다면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동네 저수지마다 공무원이 자주 순찰을 나가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며 그에 따른 예산소요는 얼마나 클 것인가.

아이들이 위험한 데서 놀지 않도록 막는 것은 동네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정부와 국민의 역할 분담이 어느 선에서 이루어져야 합리적인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큰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정부가 나서는 걸 국민들이 꺼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과 영국간에 해저케이블이 설치된 것이 약 1백40년 전의 일인데 이는 양국 정부가 한 게 아니라 미국의 청년 실업가 두 사람이 민간 자본을 모아 만든 것이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정부가 할 일로 생각하는 대역사를 민간 스스로 해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흔히 국민들이 모든 걸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비용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는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돈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고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합리적 역할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과 기업이 정부에 의지하고 요구하기 이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 자세를 갖추어야 성숙한 선진사회가 될 수 있다.

국민과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때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도 발전하고 민주주의도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