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대차대조표를 짜라''

대량 실업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화두다.

미국에서는 올들어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기업들도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갖춰 직장인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평생의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일생을 걸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하는 시대에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경력관리 노하우에 직장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적인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라=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엔지니어들도 영업사원과 거래처를 다니며 세일즈 활동을 벌이라고 독려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기술적인 질문을 하면 즉석에서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임무다.

매출확대를 위해서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영업사원으로 뛸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와 이를 경력관리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관리기법도 꾸준히 배워둬야 한다.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변화와 함께 직장인들이 갖추어야할 지식도 변하고 있다.

80년대 말의 경우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계지식이 필수였으나 지금은 마케팅이나 해외업무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연연하지 말고 미리 자신의 현재 일과 어떤 일을 새롭게 할 수 있는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두고 직장생활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항상 새로운 사업기회를 구상하라=삼성테크윈에서 반도체 개발업무를 맡았던 황규성 연구원은 지난해 2월 마이크로스케일이라는 웨이퍼 범핑및 플립칩 패키징 전문회사를 차렸다.

플립칩 방식은 칩과 기판을 접착제로 부착,크기는 줄이고 전기적 특성은 살리는 첨단 공법이다.

이 회사는 이미 KTB 등 벤처투자기관들로부터 1백억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유치,경기도 평택에 건평 1천4백평의 공장을 마련했다.

황 사장은 "전문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반도체 관련 최신 기술을 연구하다보니 플립칩이라는 사업분야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사업구상은 최고 경영자만의 몫이 아니다.

현재의 직장,현재의 위치에서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자신의 적극성과 창의성이 경영진에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직장을 경력관리의 파트너로=LG전자는 최근 직원 각자의 근무희망 부서나 자기계발 목표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는 획기적인 맞춤형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직원 스스로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설계서를 작성해 인사관련 전산시스템에 입력토록 한 뒤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사이버 인재육성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미래설계서에 개인의 신상 정보와 직무경험,업무성과,근무희망 부서,받고싶은 교육,비전 등을 적어내면 회사의 인재위원회에서 이를 토대로 부서배치 등 개인별 인사정책의 방향을 결정해 통보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 인사팀의 한만진 상무는 "회사 입장에서도 특정업무에 어떤 인재를 투입하면 좋을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어 인사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이광현 교수는 "한 분야에 오랜 동안 근무했다고 해서 자신을 전문가로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인생의 장기플랜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분야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