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옷 값이 비싸다고 느낀다.

직장인들이 한달 용돈 정도로 옷 한벌을 장만한다는건 철 지난 이월상품이 아니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다.

이웃 일본의 소비자들도 그런 생각을 절실히 하는 것 같다.

가격파괴를 이끌어가는 의류업체들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복 업체 아오야마상사(靑山商事)와 숙녀복 업체 ''유니크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두 업체는 이른바 제조소매형 의류전문점(SPA)이다.

기획·디자인·개발 등을 자사가 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형태다.

이탈리아 베네통이 하는 방식이다.

아오야마상사는 80년대 초반까지 연간 매출이 1백억엔에 불과했다.

그러던게 장기불황의 문턱에 선 92년부터 1천억엔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매출 1천5백72억엔,경상이익 1백73억엔을 기록했다.

아오야마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값이 싸다는 것이다.

아오야마는 7만∼8만엔 하는 신사복 값을 3만엔대로 끌어내렸다.

''샐러리맨 한달 용돈으로 살 수 있는 대중적 양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월간지 ''상업계''는 아오야마 체인점과 백화점의 신사복 가격을 분석,결정적인 차이는 메이커 마진이라고 판정했다.

아오야마에 옷을 대주는 메이커 마진이 백화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매장개장시 협찬금,판촉사원 파견 등의 요구를 일절 하지않은 결과였다.

최근에는 유니크로가 아오야마의 뒤를 잇고 있다.

숙녀복의 가격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간판상품인 플리스 재킷 가격은 1천9백엔.

지난해 1천2백만장이 팔렸다.

소비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단 하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가격을 현실로 바꾼 때문이다.

비결은 역발상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승부를 걸었다.

상품의 기획·개발·판매는 일본,생산은 중국으로 이원화했다.

유니크로는 지난해 전년의 2배를 웃도는 2천2백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결과였다.

아오야마와 유니크로가 우리나라 의류업계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소비자의 십중팔구는 ''싼 값에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다.

소비자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단자들이 출현,옷 값을 파괴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