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CeBit) 2001" 전시회를 둘러보고 돌아온 한 사업가는 "인터넷을 이용하기가 그렇게 힘들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세빗이라면 정보통신기기 전시회로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면서 "이런 전시회를 여는 도시인데 집에 초고속인터넷을 깔아놓은 교포가 1명뿐이라니 믿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노버뿐 아니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본사에 자료를 보내느라 애를 먹은 경험을 갖고 있다.

일류 호텔에 묵었는데도 영업시간 이후 비즈니스센터 문이 닫히는 바람에 방에서 전화선으로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다가 전화비만 날렸다는 얘기도 자주한다.

이는 뒤짚어 보면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이 아주 앞섰다는 얘기가 된다.

국내 일류 호텔에는 방마다 인터넷 접속 환경이 마련돼 있다.

웬만한 중소도시에도 하루 24시간 영업하는 게임방(PC방)이 있어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초고속인터넷은 사무실은 물론 가정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가입자수가 4백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인터넷 보급을 끝내고 기념식을 갖기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e코리아" 만들기 정책의 결과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자유자재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보고했다.

구조조정의 성과를 정보화로 뒷받침해 10대 정보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e코리아" 건설 의지를 재다짐했다.

"e코리아" 프로젝트의 올해 과제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디지털정부를 구현하고 민간정보화를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투명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첫번째, IT(정보기술) 산업을 성장주도산업으로 육성하고 한국을 세계 IT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두번째, 정보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통신사업자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대외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세번째다.

네번째 과제는 세계 일류의 우정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정통부는 우선 2005년까지 지금보다 1천배 빠른 인터넷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수십 기가급인 초고속기간망의 용량을 수십 테라급으로 확충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인터넷으로도 텔레비전에 버금가는 크고 선명한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전체 가구의 28%에 머물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금년말까지는 40%(6백만가구), 내년말까지는 60%(8백50만가구)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디지털정부 구현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주민 부동산 등 각종 민원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정부대표전자민원실을 구축, 국민들이 정보화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2002년까지 조달업무를 전자화해 투명한 조달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또 4세대 이동통신, 광인터넷, 정보가전 등을 차세대 전략기술로 개발하는 등 IT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e코리아" 건설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적지 않다.

무엇보다 통신업계 재편이 과제다.

정부는 90년대부터 통신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 했지만 독과점체제가 깨지지 않아 중소 통신업체들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정보화 역기능도 문제다.

한국은 인기 정상의 연예인이 2명이나 인터넷 때문에 고국을 떠난 최초의 나라이다.

네티즌들이 외국 정부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시위를 벌여 서버를 다운시킨 세계 최초의 국가라고도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말한다.

또 인터넷은 원조교제 불륜 게임중독 자살 등을 부추기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몇가지 문제만 해결한다면 정보강국 "e코리아"는 분명 이룰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선진국 IT업계 거물들이 하루가 멀다않고 대거 한국을 찾고 있다.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한국 IT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으로 앞서가고 있는 국내 IT 기업들과 손잡기 위해서다.

우리 IT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일본에서조차 "IT 분야에선 앞선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붐이 일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정보강국 "e코리아" 건설의 희망은 밝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