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희망입니다"

시인 서정슬(55)씨.

그는 글씨를 그린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중증 장애인인 탓이다.

하지만 그의 시는 많은 정상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몸은 멀쩡하지만 마음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서씨는 출생때 어머니가 맞은 출산촉진제의 부작용으로 난산 끝에 중증의 뇌성마비장애를 입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지만 겨우 기어다니던 그가 갈 학교는 없었다.

그는 독학으로 글을 익혔다.

또 숙제하는 동생들의 등 너머로 시를 접했다.

16살때인 지난 62년 어린이 전문잡지 ''새벗''에 보낸 시가 활자화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32살때엔 홍윤숙 시인에게 발탁돼 전문지도를 받으며 활동영역을 넓혀나갔다.

34살때 드디어 첫 시집 ''어느 불행한 탄생의 노래''를 펴냈다.

서씨는 이제 5편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이다.

그의 맑은 영혼이 그려낸 작품은 △제10회 새싹문학상 수상(82년) △제10회 청구문학제 문학부문 동시부문 대상수상(95년) 등 다수의 문학상을 안겨줬다.

지난 97년엔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동시 ''장마 뒤''가 수록되기도 했다.

서씨는 후배 장애인들의 문학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 경기장에서 열리는 ''제21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다른 장애인 9명과 함께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받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