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모처럼 둘러앉아 식사 자리를 가졌다.

상쾌한 봄날 저녁이었다.

그러나 나눈 얘기들은 우울했다.

대화의 주류는 경제문제.

대기업의 임원으로 있는 분이 말문을 열었다.

이대로 가면 중산층에 구멍이 뚫린다는 걱정이었다.

근거는 여러가지.

우선 ''교육망국론''을 낳은 사교육비의 무거운 짐이 중산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불황의 그림자가 걷히기는커녕 롱런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50대만 되면 퇴물 취급을 하는 ''괴상한'' 사회풍조가 직업생명을 단축하고 있다.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하향평준화될 토대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40,50대 가장들의 지갑은 점차 닫혀가고 있다.

미래가 너무나 불안한 탓이다.

중산층 몰락론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중산층에 구멍이 뚫리는 공동화현상이 생기면서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부 고소득층만 소비지출을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가장 긴장하는 곳은 소매업체들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마켓 패션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중산층 몰락은 특히 백화점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사양산업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백화점 사장들은 이같은 주장에 펄쩍 뛴다.

미국 일본과 우리의 형편은 30년이상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미래가 우울한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여론조사기관인 KSA(카트 사먼 어소시에이트)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대상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소비자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장래에 대한 전망이 해가 갈수록 비관적으로 변해간다는 분석이다.

경기와 수입에 대한 올해 전망이 비관적인 소비자가 낙관적인 소비자를 28% 웃돌았다.

쇼핑에 사용한 돈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답한 소비자가 늘었다는 소비자보다 19%나 많았다.

쇼핑에 할애하는 시간도 하루 40분으로 지난해보다 15분 정도 단축됐다.

중산층과 백화점이 동반 몰락한다는 시나리오는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일 수 있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