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희망을 잃었다.

미국증시는 침체장세로 접어들었고 유럽과 아시아주가도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한때 제기됐던 증시바닥론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날개잃은 증시때문에 세계경제가 약 30년만에 다시 동시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왜 자꾸 떨어지나=업종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는 기업실적악화 발표탓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와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등 소비와 생산부문의 경기상황을 대표하는 일부 거시경제지표들이 좋게 나왔다.

그렇지만 증시에는 효과가 없다.

기업실적악화라는 대형악재가 증시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간 충돌사태를 둘러싼 미.중 관계악화도 심리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3일 뉴욕증시에서는 그동안 주가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소프트웨어 업종이 하락을 주도,충격을 더했다.

"B2B업계의 인텔"로 불리는 아리바는 경기둔화로 지난 1.4분기 순손실이 5천1백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천2백60만달러의 순익을 예상했던 월가로서는 대충격이었다.

아리바주가는 이날 2.06달러(31.73%) 빠진 4.44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실적악화를 경고한 커머스원 브로드비젼 등 다른 B2B소프트웨어메이커들의 주가도 20-30%씩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심리적인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난 3월12일 나스닥지수 2,000선이 붕괴되던 때와 흡사했다.

인터넷주와 기술주에서 시작된 주가급락세는 제약 천연가스 금융 바이오주등 전종목으로 확산됐다.

어느 업종도 주가하락의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무차별 하락,무조건 매도세가 증시를 휩쓸었다.

<>향후 전망은= 월가 전문가들은 1,670선인 나스닥지수가 이달중 1,500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다우지수(현재 9,480선)는 강력한 지지선인 9,000선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미기업들이 1.4분기 실적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게 될 이달 중순이 미증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기업들이 그동안 추정해온 1.4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2.4분기 전망도 나쁘게 볼 경우 주가하락세는 가속화될 것이다"(리먼브러더스홀딩스의 리처드 풀드 사장) 이날 주가급락으로 지난 1년간 미증시의 시가총액은 5조3천억달러 감소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세계경제 동시불황 우려고조=바닥모를 주가하락세로 세계경제의 동시불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초에는 미국 일본 유럽경제가 한꺼번에 침체하는 동시불황 가능성이 10%쯤으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능성이 30%대로 높아졌다.

월가의 경제연구소인 디시젼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욕발 세계증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세계경제의 동시불황 가능성이 3분의 1로 커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동시불황에 빠진 것은 1차 오일쇼크(1973년) 이듬해인 1974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후론 세계경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일.유럽경제가 동시에 침체한 적이 없었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