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외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올해 경제성장이 4% 이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3개월째 전년대비 4%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환율은 폭등해 연일 2년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종합주가 500선이 한때 붕괴된 가운데 금리마저 상승세로 돌아서 소위 트리플 약세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으나 이를 타개하기 위한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급격한 경기침체속에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물가불안은 재정·금융정책의 선택 폭을 제약하고 있고,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율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의 동반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자니 물가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처럼 거시경제 정책수단의 유용성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출확대가 유일한 돌파구라 할 수 있겠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일본의 경기침체로 뚜렷한 위축세를 보여 왔던 수출은 지난 달에는 마침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사절단 파견, 플랜트 수출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일본시장의 위축에 대응해 중국과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 자체는 나무랄데 없는 방향설정이나 캠페인성 사절단 활동으로 수출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 보다는 해외공사 수주확대를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보험한도와 수출입은행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실질적인 조치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어 볼 수는 있겠으나 과연 이 조치만으로 해외공사 수주가 어느정도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해외공사 수주 능력이 있는 대표적 건설회사들이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어 아예 입찰초청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업체 자체의 위험과 개별공사의 위험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해외공사에 대해서는 별도계정을 설치하고 이에 대한 국책은행의 보증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출촉진을 위해서는 환율을 엔화절하에 맞게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기업들이 수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여건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