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정동영 최고위원에 대한 공개사과 요구로 불거진 갈등은 양측의 ''확전'' 자제로 일단 봉합 국면을 맞고 있다.

여권핵심이 신.구주류간 전면전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 양측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내며 적극 진화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권 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할말은 많지만 당분간은 삼가겠다"며 "내 얘기는 다했으니 두고 보자"고 더 이상의 공격은 자제했다.

권 전 위원은 "(정 최고위원이 공개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지금은 국회가 개회하고 민생과 개혁입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개혁완수를 위해 당과 정부가 단합하고 힘을 합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한 정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전부 얘기했고 더이상 보탤 얘기가 없다"며 "지나간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일을 통해 화합하는게 중요하다"고 비켜 갔다.

정 위원은 "우리 정치도 이제 다 바꿔야 한다"면서 "정치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전 위원의 퇴진을 요구했던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정치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양측이 이처럼 확전을 자제했으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 전 위원측이 정 위원의 공개사과 거부에 불쾌해 하는 등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당장 권 전 위원이 이번 주말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골프회동을 갖는등 정치보폭을 넓혀가는데 대해 당내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10여명도 이날 모임을 갖고 최근의 사태를 논의하는 등 적극 대응할 태세여서 긴장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원 모임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권 전 위원의 발언에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