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독특한 노사화합 모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조는 없지만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목표 달성에 앞장서는 ''상생(相生)''의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어서다.

하나로통신 근로자회는 최근 전남지역의 한 재야단체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광주에 내려와 하나로통신 노사문화에 관해 강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근로자회측과 경영진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근로자회 회장이 하나은행을 비롯 여러 기업을 찾아다니며 노사문화에 관해 얘기한 적은 있지만 재야단체로부터 제안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노사문화가 관심을 끄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초고속인터넷 ADSL 공급적체가 극해 달했던 지난해 중반.

하나로통신에는 날마다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 "오래전에 가입신청을 했는데 왜 개통해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전화였다.

경영진과 근로자회측은 수차례 머리를 맞대고 협의했으나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결국 김효준(39) 근로자회 대표가 나서기로 했다.

김 대표는 벨기에로 날아가 ADSL장비업체인 알카텔의 경영진을 만났다.

그는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알카텔측은 근로자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뛰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장비를 최대한 공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나로통신 노사는 지난해 ''153 노사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ADSL 가입자 목표인 1백53만명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경영진과 근로자회 대표들은 매주 한차례씩 만나 가입자확충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근로자회 대표가 주재했다.

당초 73만명으로 잡았던 가입자 목표를 1백53만명으로 높여잡자고 제안했던 것도 근로자회였다.

결국 노사는 작년말까지 가입자를 1백57만명으로 늘림으로써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노사화합의 이면에는 ''회사 주인은 근로자''라고 믿는 신윤식(65) 사장의 역할도 컸다.

신 사장은 근로자 재교육에 적극 투자하는 등 노사화합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