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애도하기 위한 북한 조문단 방문을 계기로 난관에 봉착한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측 금강산 사업주체인 아태평화위 송호경 부위원장과 남측 주체인 현대아산 고위관계자 모두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송호경 부위원장은 24일 정 명예회장을 조문하기 위한 서울 방문에서 "향후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주영 회장이) 평양에 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히 접견하는가 하면 금강산 관광사업도 통째로 맡기는 배려를 해주었다"고 소개하고 "유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생전에 이룩하신 사업을 이뤄 나가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도 "남북이 서로 (금강산관광 사업 등에 대해) 중단할 수 없다고 공감하고 있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며 "지불금 문제도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월분으로) 4백만달러를 추가로 보내느냐"는 물음에 대해 "(정 전 명예회장 장례절차 등이) 끝나면 준비해서 보낼 예정이며 김윤규 사장이 다음주 월요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0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김윤규 사장과 함께 방북, ''금강산 사업 대북지불금을 6백만달러로 낮춰 달라''는 요청에 북측이 원칙론을 고집하며 거절하자 현대측은 2월분 대북지불금으로 당초 약정액(1천2백만달러)의 6분의 1인 2백만달러만 보냈으며 북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이에따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이달 20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금강산을 재차 방문, 북 아태평화위 강종훈 서기장과 협의를 벌이다 정 회장의 위독설을 듣고 22일 급거 귀국했었다.

김윤규 사장도 귀국직후 서울 청운동 빈소에서 금강산 사업 전망을 묻는 취재진에게 "협상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사장은 그러나 "북측이 대북 지불금을 월 6백만달러로 낮춰 주는데 합의했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현대 관계자는 "북측의 입장에서 당초 약정액을 절반으로 낮춰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간 누적적자로 인한 현대측의 어려움을 감안, ''어떤 일이 있어도 유람선은 멈추지 않고 대북지불금 협상을 지속한다''는 원칙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는 북한과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고 수익여건이 나아지는 대로 협상수준을 정하자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 주변에서는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위해 왕래.통신방법 등을 규정한 북한의 특별법이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10기 최고인민회의 4차 회의에서 제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강산과 개성지역이 특구로 지정되면 남북연계관광이 가능해져 금강산 사업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