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화합분위기를 연출하며 상생(相生)의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구본무 LG,손길승 SK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고인의 장례기간 중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유족은 물론 경제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만났다.

재계 인사들은 진념 재경 부총리 등과 빈소에서 경제활성화 방안을 놓고 즉석 토론을 벌였다.

◇빈소의 화합 분위기=서울 청운동 정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대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신격호 롯데 회장 등 창업 1세대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와 같은 차세대 경영인에 이르기까지 재계 인사들이 대거 조문행렬에 끼여 재계 총회를 방불케 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 행사에 2년 이상 불참해온 구본무 LG 회장을 빈소에서 만나 재계 화합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포철의 유상부 회장은 냉연강판 수급을 놓고 현대측과 빚었던 갈등 분위기를 잊고 빈소를 찾아 상주인 정몽구 회장과 만나 주목을 받았다.

전경련측은 "정 명예회장이 10년간 전경련 회장직에 봉사하면서 강조한 철학은 재계 화합과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이었다"며 "모처럼 조성된 화합 분위기를 다음달 14일 경기 안양 베네스트GC 회장단 친목 골프모임으로 연결시켜 더욱 다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협력 바람과 의미=현대자동차의 다임러 크라이슬러 및 미쓰비시와의 제휴처럼 선진 기업과 손잡기에 주력해온 대기업들은 요즘 ''안방에서 짝을 찾자''며 국내기업간 제휴·협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와 삼성의 상대방 제품(자동차 및 신용카드) 구매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석유공사 유전가스 공사 공동수주 △현대자동차와 SK(주)의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공동개발 추진 △삼성전자(캠코더)와 LG전자(가스오븐레인지)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상호공급 추진 등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라이벌 의식을 버리고 화합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뿔뿔이 흩어진 재계를 재결집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기반이었던 제조업을 줄줄이 외국업체에 넘겨주자 정보유출 위험이 큰 외국 선진업체와의 제휴보다는 맘에 맞는 국내업체와 제휴를 추진하는 게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불철주야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하는 기업인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워 재계가 고무돼 있다"며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로 경제를 활성화해 재계의 화합분위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