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대중속으로]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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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47) 교수는 좀 별난 사람이다.
자연과학자로선 드물게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회, 정치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갯벌을 살리자며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그가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겸손의 미덕이다.
"동물의 생태를 얘기하면서 인간을 질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행동을 연구하다보면 인간의 모습이 보여요. 결국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앞에서 겸허해질 수 밖에 없지요. 제 이야기의 결론은 그래서 늘 겸손해지자는 겁니다"
그는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본뜬 피조물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한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면 인간만 하나님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하나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게 있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딱정벌레일 것"이라며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함을 버려야한다"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김 교수가 인간을 폄하하는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특별히 사랑하는건 확실하다"며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예로 든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1%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결과는 이렇게 판이하다는 것.
이유는 침팬지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언어중추가 중뇌 안쪽의 변연계에 있는데 비해 사람의 언어중추는 생각을 주관하는 대뇌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간은 참으로 복받은 존재임에 틀림 없지만 그렇다고 오만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겸허해질 것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당면한 위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자신들만 하나님의 ''적자''인 줄 알고 자연을 마구 대하면 지금같은 자연은 곧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의 역사 전체를 하루로 친다면 인류의 역사 6백만년은 오후 11시59분 오십몇초에 해당할 정도"라면서 "이를 얼마나 연장할지는 인간의 지성에 달려 있다"고 했다.
동물학자인 그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지난 1월 출간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에서 "알면 사랑한다"고 했던 그대로다.
그의 이런 관심은 전공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 인간세계로까지 확대된다.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전공인 만큼 인간의 행동도 늘 관찰대상이 되지요. 세상사 모두가 관찰대상이거든요"
이런 적극성 덕분에 그는 지금 꽤 ''유명인사''가 됐다.
자연에서 얻은 여러가지 발상을 인간사와 관련지어 글로 풀어내는 솜씨도 상당하다.
이제는 학교에서조차 글쓰는 일이라면 생물학과 관련 없는 주제도 그에게 가져올 정도다.
그는 "사명감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일반 대중에게 자연과학을 알리는 일에 늘 앞장서겠다"고 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학의 대중화란 과학을 일반의 수준으로 끌어 내리자는게 아니라 과학문화를 창출하고 전국민들에게 ''과학 마인드''를 확산시키자는 것입니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과학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나라에 ''적당주의''와 ''설마주의''가 팽배한 것도 따지고 보면 과학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과학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할 말이 많다.
여러 학문을 통합하는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그는 특히 강조한다.
그동안 세분화됐던 학문 분야들이 이제는 ''숲''을 보기 위해 종합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도 여기서 찾게 된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Society of Fellows)''라는 학제연구팀의 일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학문을 하면서 그때만큼 보람있고 흥분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생명윤리 문제에 관해서도 그는 "인문학자와 생명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서 인간이 살 길을 모색하는 일.
김 교수는 "공부하느라 아직 전셋집을 못면했지만 세상에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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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누구인가 ]
강원도 강릉 태생인 최재천 교수는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동물학과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코스타리카 열대림 개미의 생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미박사"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미생물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99년 출간한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과 지난 1월초에 나온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를 통해 대중과 친숙해졌고 교육방송(EBS)의 "세상보기"를 통해 동물들의 의사소통및 사회생활 등을 인간과 비교 설명해 주목받았다.
고교시절 문학가와 조각가를 꿈꿨을 만큼 감성이 풍부하고 자연과학자도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원고를 "보고 또 보고" 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자연과학자로선 드물게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회, 정치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갯벌을 살리자며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그가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겸손의 미덕이다.
"동물의 생태를 얘기하면서 인간을 질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행동을 연구하다보면 인간의 모습이 보여요. 결국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앞에서 겸허해질 수 밖에 없지요. 제 이야기의 결론은 그래서 늘 겸손해지자는 겁니다"
그는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본뜬 피조물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한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면 인간만 하나님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하나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게 있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딱정벌레일 것"이라며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함을 버려야한다"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김 교수가 인간을 폄하하는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특별히 사랑하는건 확실하다"며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예로 든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1%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결과는 이렇게 판이하다는 것.
이유는 침팬지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언어중추가 중뇌 안쪽의 변연계에 있는데 비해 사람의 언어중추는 생각을 주관하는 대뇌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간은 참으로 복받은 존재임에 틀림 없지만 그렇다고 오만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겸허해질 것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당면한 위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자신들만 하나님의 ''적자''인 줄 알고 자연을 마구 대하면 지금같은 자연은 곧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의 역사 전체를 하루로 친다면 인류의 역사 6백만년은 오후 11시59분 오십몇초에 해당할 정도"라면서 "이를 얼마나 연장할지는 인간의 지성에 달려 있다"고 했다.
동물학자인 그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지난 1월 출간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에서 "알면 사랑한다"고 했던 그대로다.
그의 이런 관심은 전공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 인간세계로까지 확대된다.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전공인 만큼 인간의 행동도 늘 관찰대상이 되지요. 세상사 모두가 관찰대상이거든요"
이런 적극성 덕분에 그는 지금 꽤 ''유명인사''가 됐다.
자연에서 얻은 여러가지 발상을 인간사와 관련지어 글로 풀어내는 솜씨도 상당하다.
이제는 학교에서조차 글쓰는 일이라면 생물학과 관련 없는 주제도 그에게 가져올 정도다.
그는 "사명감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일반 대중에게 자연과학을 알리는 일에 늘 앞장서겠다"고 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학의 대중화란 과학을 일반의 수준으로 끌어 내리자는게 아니라 과학문화를 창출하고 전국민들에게 ''과학 마인드''를 확산시키자는 것입니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과학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나라에 ''적당주의''와 ''설마주의''가 팽배한 것도 따지고 보면 과학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과학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할 말이 많다.
여러 학문을 통합하는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그는 특히 강조한다.
그동안 세분화됐던 학문 분야들이 이제는 ''숲''을 보기 위해 종합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도 여기서 찾게 된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Society of Fellows)''라는 학제연구팀의 일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학문을 하면서 그때만큼 보람있고 흥분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생명윤리 문제에 관해서도 그는 "인문학자와 생명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서 인간이 살 길을 모색하는 일.
김 교수는 "공부하느라 아직 전셋집을 못면했지만 세상에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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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누구인가 ]
강원도 강릉 태생인 최재천 교수는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동물학과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코스타리카 열대림 개미의 생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미박사"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미생물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99년 출간한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과 지난 1월초에 나온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를 통해 대중과 친숙해졌고 교육방송(EBS)의 "세상보기"를 통해 동물들의 의사소통및 사회생활 등을 인간과 비교 설명해 주목받았다.
고교시절 문학가와 조각가를 꿈꿨을 만큼 감성이 풍부하고 자연과학자도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원고를 "보고 또 보고" 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