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들의 자각연령은 더 높을지 모르지만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끝나고 새로이 조부모의 역할이 시작되는 환갑(만 61세)을 노년기로 접어드는 길의 이정표로 잡고 있다.

70세라는 연령도 하나의 분기점이 된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자녀들과의 별거가 더 편하다고 고집했던 이들도 70세가 넘으면 동거하기를 바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학자들은 인생을 가족중심으로 세분해 6가지 단계로 나누고 있다.

가족의 형성기(결혼) 확대기(자녀출산) 확대완료기(첫째 결혼) 축소기(막내 결혼) 축소완료기(부부만 남는 시기) 해체기(본인 사망)의 순이다.

여기에 맞추면 막내를 결혼시킨 뒤인 가족축소완료기부터 노인 부부는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단 둘이 외롭게 살아야만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가리켜 ''빈둥지 시기(empty-nest period)''라고 부른다.

가정에서 자녀를 길러 모두 출가시킨뒤 늙은 부부만 남아 살게 되는 기간을 뜻하는 재미있는 용어다.

30,40년동안 자녀의 양육이나 출가에 인생을 송두리째 소모하고 저축했던 돈도 모두 바닥이 나는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가족축소완료기가 일찌감치 다가와 지출은 없어지고 수입만 생기는 경제적 회복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대부분 정년퇴직후여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할 뾰족한 대책이 서지 않는 시기다.

보건사회연구원이 40년새 가족주기 변화상을 조사한 결과 빈둥지기간이 59년의 9.5년에서 19.3년으로 10년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평균수명 증가, 핵가족 확대, 출산자녀 감소가 빚어낸 어쩔 수 없는 결과다.

빈둥지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형으로 나아가는 추세라지만 연금은 물론 노후소득이나 건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복지정책 아래서는 반길 일만은 아니다.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가 늘어나는 것은 기대할 수조차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길어진 인생의 황혼을 노부부가 서로 꿋꿋하게 의지해 살아갈 수 있도록 빈틈없는 노후설계를 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