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인형극만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일본의 한 희곡이 세상에 나온 지 무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져 일본 연극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인형 극단 ''히토미자''가 우여곡절 끝에 17일부터 도쿄 록폰기의 하이유 극장에서 공연에 들어간 이 작품의 제목은 ''소녀와 물고기''.

1993년에 세상을 떠난 아베씨가 지난 53년에 발표한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 인형극은 극단마다 무대에 올리고 싶어 하면서도 표현기법 및 기술력 부족으로 공연을 미뤄 왔던 작품이다.

희곡 ''소녀와 물고기''는 문예지 ''군상''에 게재됐던 작품으로 아베씨가 남긴 수많은 희곡중 유일하게 인형극을 위해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은 바다 밑에 사는 주인공 소녀가 육지에 올라와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을 통해 성인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식으로 돼 있다.

상처 치유 효험을 가진 소녀의 눈물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등 성인들의 탐욕스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교훈을 준다.

인형극에서는 펄프로 특수하게 만든 종이 인형 약 20개가 등장하며 배우들이 두 발로 인형의 동작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극의 환상적 이미지를 보다 수준 높게 표현하기 위해 주인공 소녀 역만은 실제 배우가 맡고 있다.

연출을 맡은 오스미 마사아키씨는 "60년대 초에도 공연을 생각해 보았지만 작가의 정신 세계를 충실히 그려낼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며 "배우와 연출진의 표현력이 향상되기까지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