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조혜전씨(28)는 요즘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직장 생활과 함께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 준비 때문이다.

요 몇달새 동갑내기인 예비 남편과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혼수용품을 살펴 봤지만 마음에 딱맞는 물건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쇼핑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티격태격하며 다투기까지 했다.

조씨는 심지어 "결혼을 꼭 해야하는건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주말 아현동 혼수거리를 다녀온 후 그의 표정은 밝아졌다.

"참 오랜만에 약혼자와 즐거운 쇼핑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반신반의하면서 이곳을 찾는 많은 예비부부 가운데 상당수가 크게 만족하며 발길을 돌린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얘기다.

도대체 아현동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길래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커플들이 이곳을 찾는걸까.

<>실속있는 가구거리=지하철 2호선 아현역에서 충정로 방면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가구거리"라는 간판이 나온다.

이 간판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가구거리와 만날 수 있다.

아현역주변에는 가구점 뿐만 아니라 웨딩숍도 몰려 있어 결혼 준비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서울에는 논현동 사당동 등에 가구거리가 있지만 웨딩숍과 가구 거리가 맞닿아 있는 곳은 아현역 주변이 유일하다.

이곳에 모여있는 가구점은 모두 90여곳.

길건너 아현역 3번출구 종근당 빌딩 인근에도 30여곳의 가구점이 모여있다.

논현동 사당동 등 서울시내 다른 가구거리와는 달리 수입가구는 취급하지 않고 국산 브랜드만 판다.

이대입구 방향의 웨딩숍과 연계돼 혼수가구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

1백20여 점포가 밀집해 있는 만큼 다리품을 조금만 팔면 백화점 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상표의 경우 다른 곳보다 10%이상 싸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장롱 서랍장 장식장 침대 등을 한데 묶은 혼수가구세트가 2백~3백만원에 판매된다.

또 <>10자크기(가로 3m) 장롱이 60만~1백20만원 <>4인용 식탁 25만~40만원 <>2인용 침대가 15만~25만원에 팔린다.

유명브랜드가 아닌 자체 제작하는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일반가구보다 30%이상 싸다.


<>신부들을 유혹하는 웨딩숍거리=아현역 1.5번 출구로 나오면 이대입구역 방향으로 1백20여 웨딩숍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가격은 청담동 웨딩숍들에 비해 50%이상 싸다.

이 때문에 "실속파 예비부부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이곳 황복용 웨딩숍 연합회장의 설명이다.

황회장은 "원단이나 품질측면에서 청담동 웨딩숍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품질에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벌어져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고 설명한다.

드레스를 사고 신랑용 턱시도를 빌리면 10%가 추가로 할인된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쇼핑 포인트=워낙 많은 점포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확실히 정해두고 이곳을 찾을 것을 권한다.

무엇을 살지를 미리 결정하고 다리품을 파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가구거리의 경우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상가번영회(02-364-0094)로 연락하면 조치를 취해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