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술자리를 찾는 음주문화가 정착되면서 소주보다는 맥주 양주 포도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소주도 알코올 도수를 낮춘 순한 소주가 인기다.

생약재를 넣어 발효시킨 술과 매실을 숙성시켜 우려낸 매실주 등도 점차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숙취해소를 위해 금가루나 인삼추출물을 첨가한 술, 산소를 불어넣은 술도 나왔다.

이런 건강지향형 술은 간을 보호하고 숙취에 덜 빠지게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주류회사 관계자와 박형섭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약리학 교수의 도움말로 진위를 알아본다.

<> 산소를 불어넣었다는 술 =산소는 이산화탄소처럼 저장이 어렵다.

물을 끓이면 산소가 날아가지만 자연상태로 놔두면 저절로 산소가 녹아들어간다.

물을 컵에 따르는 과정에서도 산소가 물에 녹는다.

산소는 도심이나 산골이나 비슷한 상태로 녹아 있다.

다만 쾌적한 야외에서는 분진과 유해가스가 적을 뿐이다.

산소는 자연상태보다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해로울 수도 있다.

알코올의 발효과정에서 발효균들은 산소를 싫어하기 때문에 막바지 여과 봉입과정에서 산소를 불어넣어 정균(淨菌)하지만 개봉하는 순간 산소 농도는 다른 물과 비슷해진다.

따라서 산소가 숙취를 해소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의미없는 주장이다.

<> 금가루를 넣은 술 =금은 공기나 물 등에 의해 변하지 않는 금속이다.

금은 아주 잘 늘어나는 성질이 있으므로 금가루는 소량의 금으로도 비교적 많이 만들수 있다.

금가루를 김밥이나 술에 넣는 것은 의학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숙취 해소를 도와줄 수도 없다.

금이 체질을 개선해 준다고 하지만 근거가 없고 류머티즘 치료에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은 이온화되거나 착화합물로 생체에 흡수되는 경우도 없다.

극단적인 화학변화를 거치지 않으면 금은 변화되지 않는다.

흔히 백금 착화합물이 항암제로 쓰이지만 금은 착화합물을 만들지 않으며 금과 백금은 물성이 전혀 다르다.

<> 인삼 추출물을 넣은 술 =맥주 5백ml 가운데 0.6ml가 인삼추출물인 제품이 나와 있다.

인삼은 숙취해소와 소화 불량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수 없다.

<> 생약재를 넣어 발효시킨 술 ="백세주"의 경우 생쌀을 갈아 가루내어 발효시킨 뒤 생약재 분말을 넣어 생약의 향미를 우려낸 술이다.

일반적으로 생약재를 알코올에 담그면 생약재의 휘발성 방향(芳香)성분이나 알칼로이드(질소를 함유한 약효성분) 등이 추출되므로 "약술"이 된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술로 생약재의 독성을 약화시키고 생약재의 배합이 음양과 혈기의 조화를 이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학의 약리학적 개념으로는 다양한 성분이 알코올과 함께 섭취될 경우 성분간 상호작용과 부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양주가 좋다는 것은 순수하게 에탄올을 정제 증류한 것이기 때문이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증류한 양주는 에탄올의 농도나 순도로 보면 대등소이 하다.

발효시킬때 사용하는 원료, 숙성시킬때 보관하는 술통, 블렌딩에 들어가는 약간의 첨가제에 의해 향미만이 다를 뿐이다.

<> 매실주와 집에서 담그는 과실주 =집에서 담그는 과실주나 약초주는 과실에 술을 부은 것으로 에탄올 외에 글리콜 퓨젤유 메탄올이 생길수 있고 이 때문에 숙취가 생긴다.

이런 과실주를 증류 정제한다면 양주와 비슷하면서도 약효성분이 있는 술이 될 수 있다.

주류회사에서 대량 생산하는 매실주의 경우 스테인리스스틸통에 매실을 수개월 동안 저장해 독성을 약화시킨후 3개월간 주정에 담가 약효성분을 추출하고 여과한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3개월이상 매실을 술병에 담가 놓으면 오히려 해로운 성분까지 나올 우려가 있다.

매실에는 시안산 화합물이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조금 먹으면 체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지만 장기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따라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복용하는게 바람직하고 장기간에 걸쳐 상시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