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달력에는 3월을 "한결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달"이라 했다.

정말이다.

달콤해진 공기부터 금방이라도 새잎을 터뜨릴듯한 나뭇가지까지.

갓 시작된 봄은 곳곳에 생기와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봄처녀 마음도 괜시리 들뜬다.

변신의 계절을 맞아 긴 머리를 산뜻하게 자르고 색깔도 확 바꿨다.

이쯤되면 한마디 아는 척이라도 해주는게 예의련만 그는 일언반구도 없다.

"뭐 달라진 거 없어?"

이리 저리 한참을 뜯어본다.

"글쎄"

자고로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 했지.

"어, 됐어"

허무개그가 따로 없다.

어찌됐든 봄기운도 느낄 겸 오랜만에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화동(花洞) 나들이.

안국동 사간동 제동에 둘러싸인 화동은 아기자기한 화랑이며 공방이며 전통 칠기집들이 즐비하고 구석구석 별미집도 알차서 걷기 즐겁기로 손꼽히는 동네다.

화동 초입의 정독도서관(02-734-5365~9)부터 들렀다.

도서관내 서울교육사료관에는 삼국시대부터 오늘날에 걸쳐 교육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20~30년전 교과서들이 아득한 옛기억을 부른다.

예쁜 공예품들이 많은 갤러리 "the makers", 갤러리 서미 등도 구경할만 하다.

엄밀하게는 소격동이지만 같은 반경인 아트선재센터(733-8949)도 놓칠수 없는 문화공간.

지하 아트홀에선 "멕시코 영화제"(11일까지, 2시.4시30분.7시, 4천원)가, 2,3층 전시장에선 호주 사진작가 트레이시 모펫의 사진전(4월15일까지, 2천원)이 열리고 있다.

1층에 새로 문을 연 인도음식 전문점 "달"도 요즘 인기다.

마냥 돌아다니다보니 좀 쌀쌀한데다 배도 고프다.

소문난 맛집 마산 해물아구찜집(02-741-2109)에 가보기로 했다.

해물찜과 아구찜이 주메뉴다.

낮밤 할것 없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붐비는게 흠이지만 얼큰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서울 원조 평양냉면집(720-7110), 온마을 즉석두부(745-7129), 바로 길건너편 제동에 탤런트 이정섭씨가 운영하는 종가집(764-7303)도 음식 정갈하기로 이름났다.

흐뭇한 산책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그가 대단한 발견이나 한듯 외친다.

"머리 잘랐구나"

웃자. 웃자. 웃자꾸나.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