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공단을 방문했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누구든 그곳에 가보면 중화(中華)의 야심이 꿈틀거림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중국은 개방화, 공업입국, 과교흥국(科敎興國)의 기치아래 고도기술 선진국가, 경제대국, 일류국가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정밀전자 반도체 컴퓨터 통신 항공 등 전략산업에 과감한 예산배정을 해왔고, 전국에 53개 하이테크단지를 설립했으며 첨단업종의 외국인투자를 중점 유치했다.

중국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기술구조의 고도화는 가격경쟁력에서 고품질, 기능 향상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바탕이 됐다.

도쿄의 전문가들은 한 세대(2025년)뒤에는 중국이 GDP 1위, 군사력 1위, 기술강국, 경제대국으로 1등국가로 올라서고 일본은 GDP 세계 3∼5위 국가로 전락해 2류 국가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흥기(興起)에 방심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50년간 30명의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아래 과학기술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5년간 24조엔의 연구개발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 중의원은 작년말 ''고도정보통신 네트워크 사회형성 기본법안''(일명 IT법)을 통과시켰다.

2005년까지 4천만가구를 대상으로 30∼1백M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세계 최첨단 인터넷망 보급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3년까지 인터넷전자정부를 실현하고 다양한 차세대 IC카드 등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연결되는 탈(脫) PC기반의 전자적 공동체를 구축해 가전왕국(家電王國)의 신화를 인터넷상에서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지금 중국의 거대한 발톱에 등뒤를 찍히게 되고, 코앞의 일본으로부터 무역수지 적자구조 고착 등 기술 예속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위눌림에 처한 모습이 됐다.

제2의 위기를 극복하고, 또 중국과 일본의 가위눌림에서 탈출하여 경제의 틀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으려면, 우선 한국형 기술집약형 산업구조로의 재편과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11.3 부실기업 퇴출'' 조치이후에도 정부가 개입, 은행들로 하여금 연명시키고 있는 잠재 부실대기업이 1백개 이상 되고, 지난해 말 대기업들의 만기도래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인수, 차환(借換)토록 한 것에 대해 이곳 도쿄에서는 의아해 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그룹총괄 경영방식에서 개별기업 독립경영체제로 지배구조개선 작업이 가속화돼야 경쟁력을 살리고 국제신인도도 높일 수 있다.

두차례 몰아치기식 부실기업 퇴출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미흡하고 ''상시퇴출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조립형 공업화 정책에서 한국형 기술 개발형으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관치금융에서 시장자율금융으로 산업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학기술진흥책도 포기할 수 없는 분야임에도 지난 3년간 오히려 가장 소홀히 해왔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공.민간연구소는 축소.폐지돼 연구원들의 감원을 남발했다.

연구환경 강화 목적으로 통폐합한 ''연합이사회제''는 책임과 권한의 분산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서울대공대생들의 사법시험 대량 합격풍조, 16개 과학고의 황폐화,서울대 등 국립대의 기초과학분야 인재 ''풀''인 자연과학대의 정원 축소, 우수고교생들의 해외 공과대학지원 경향 등은 과학기술과 교육행정의 부재(不在)를 상징한다.

요컨대 ''드골'' 방식, 즉 재정적자를 무릅쓰고라도 과기분야에 장기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절실한 때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범용품(汎用品) 분야는 2005년안에 경쟁력을 완전 상실할 것이라는 도쿄의 충고는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한국의 조선 전자 자동차 철강 유화 등 수출 5대품목의 수출이 늘었다는 보도에 대해 이곳에서는 "팔아먹을 부품, 소재장비가 동이 나겠구나"라며 내심 반기고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 수출전장(戰場)의 현주소다.

우리의 현 상황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고 국가적 낭비를 줄여 국력을 한곳으로 결집시킬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