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침원들이 집을 돌면서 전기나 가스사용량을 적는 모습은 멀지않아 옛풍경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원격검침(AMR)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AMR 시장이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멀리서도 검침할 수 있게 하는 원격검침시스템은 주요공장이나 특정시설을 대상으로 활용돼왔다.

산업용 시장으로 일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IT의 발전과 사이버아파트의 등장 등에 힙입어 가정용으로 차츰 확산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급자는 물론 수용가와 건설업체 등에게 모두 실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이 시장의 전망을 밝게해 준다.

건설업체로서는 입주자에게 방재 가스누출 등을 안전관리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계량기를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배관 배선을 할 수 있다.

수용가는 검침원을 가장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데다 부당한 요금징수를 원천차단하고 수용가 전출입시에도 즉시 정산이 가능하다.

한국전력이나 가스회사 등은 정확한 검침을 할 수 있고 검침인력 축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전기부문에서 먼저 시장이 열렸다=한국전력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MR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기 부문을 시작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셈이다.

한전은 5년여에 걸친 시범운영 끝에 전기를 쓰는 곳을 고압(시간당 1백㎾이상)군과 저압군으로 구분해 AMR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술방식은 고압의 전기를 쓰는 대형 건물이나 공장 등에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하기로 했다.

저압의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가구에 대해서는 근거리에서 핸디터미널(휴대용단말기)을 들고 검침하는 RF(Radio Frequency)기술을 채택했다.

한전 관계자는 "케이블TV망이나 전화선을 이용해 시범 운영해왔으나 실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선기술을 쓰기로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전기 부문에 비해 수도와 가스는 상대적으로 시장형성이 더딘 편이다.

수도계량기의 상당수가 전자식이 아닌데다 땅속에 매설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국내 6천2백만개의 수도전 가운데 8%만 지자체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아파트 오피스텔 등 민간이 관리주체이기 때문에 고급고객 유치차원에서 AMR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도 영업용 수도계량기에 올해부터 적용을 검토중이다.

가스의 경우 일부 도시가스업체가 연구중인 단계다.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전기와는 달리 가스는 전국의 35개 도시가스업체들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어 한전처럼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어렵다"며 "시장형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사이버아파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원격지에서 전기 수도 가스 등을 함께 측정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의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G와 SK의 한판 승부=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원격검침 시장에서 맞붙게 됐다.

한전은 이달말께 시간당 5백 ~1천㎾급 고압전기를 쓰는 1만8천~2만곳에 적용할 무선원격검침시스템을 발주할 예정이다.

작년 10월엔 1천㎾이상의 고압 수용가 7천여곳에 적용할 무선원격검침시스템을 LG텔레콤이 수주해 지금까지 6천여곳에 관련 모뎀을 계량기에 달았다.

한전 관계자는 "SK텔레콤도 무선원격검침시스템 수주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와 SK의 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동통신 원격검침시스템이 적용되는 곳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한전은 원격검침이 가능한 고압 수용가를 작년말 5천곳에서 올해말 2만7천곳,2002년말에는 5만곳,2003년에는 8만5천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고압 수용가 모든 곳에 AMR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 아래 구축사업을 진행중이다.

모든 고압 수용가가 대상이기 때문.

롯데월드 군보다 많은 전기 쓴다.

고압 검침 떨어져 있어 원격검침 필요성 크다.

<>계량기 업체와 IT업체의 충돌=디지털 기술이 뒷받침돼 형성되는 신산업이 갖는 공통점중 하나가 기존 관련업체와 IT 업체의 경쟁으로 시장구도가 재편되는 것이다.

IT업체에게 사업영역의 경계가 갖는 의미는 없다.

AMR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저압 가구를 대상으로 AMR 시장에서 이같은 경쟁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전은 전국의 1천4백만 가구중 검침이 힘든 60만 가구를 우선 원격검침 대상으로 정했다.

최근 3만 가구에 적용할 원격검침 사업을 수주한 금호미터텍은 국내 최대의 계량기 업체다.

이 회사는 원격검침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계량기 업체들이 영세해 이 시장에 뛰어들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10만가구로 확대되는 저압 가구 대상의 AMR시장에는 IT업체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하다.

누리텔레콤이 선두주자로 한국마이크로닉 오프너스 등이 기술력을 내세워 시장선점에 나섰다.

대기업중에서는 LG산전과 현대통신산업이 있으나 중견기업에 속하는 일진전기공업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